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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보험사 한국시장 철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텔레마케팅(TM) 보험상품 판매 1위 기업인 라이나생명 매각설이 거론되고 있다. 매각이 진행된다면 3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빅딜’이지만 시장은 예상 외로 잠잠하다. 아직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데다 당장은 매각 의사가 커 보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모기업인 미국 시그나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한계에 달한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성 등을 고려하면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잠재매물'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는 평이 우세하다. 대형금융지주 '빅2'가 조 단위 인수를 통해 생명보험사를 확보했고, 나머지 두 곳은 자금동원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 인수자 풀(pool)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매각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달 말 라이나생명 매각설이 나오면서 회사는 분주해졌다. 회사는 발빠프게 매각설이 사실무근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매각주관사로 언급됐던 골드만삭스도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번 매각설이 그렇듯 이번에도 수면 아래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철수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올해 초에도 미국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지주에 한국법인을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미국 푸르덴셜생명 매각설이 나오자 매각주관사로 거론된 골드만삭스는 곧바로 매각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코로나 사태에도 발빠르게 움직이며 매각작업을 상반기에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골드만삭스도 다른 IB들도 라이나생명 매각설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어디서 매각설이 흘러나왔는지 현재로선 이해하기 힘들다”라며 “특정 IB까지 언급되는 바람에 매각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IB들이 이번 딜에 시큰둥한 이유는 딱히 라이나생명이 지금 당장 매각을 진행할 요인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회사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라이나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3510억원이다. 연간 순이익만 놓고 보면 삼성생명(8338억원), 교보생명(5212억원)의 뒤를 잇는 3위다. 자산규모 4조원에 불과한 회사가 자산규모 287조원의 삼성생명, 107조원의 교보생명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영업이익률만 놓고보면 지난해 말 기준 13.71%로 전체 생보사 중에 단연 1위다. 다음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은 푸르덴셜생명(6.43%) 보다 영업이익률이 배 이상 높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간 3000억원씩 순이익이 나는 회사를 굳이 팔 이유가 있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매각에 나서더라도 몸값이 높고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라이나생명의 기업가치는 최소 3조원이다. 지난해 라이나생명의 ROE는 22% 수준으로 푸르덴셜생명의 5~6% 수준의 ROE보다 4배가량 높았다. 이런 이익수준을 감안할 때 푸르덴셜생명(PBR 0.8배)보다 2~3배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니아생명의 순자산이 1조6752억원임을 감안하면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는 무난하다는 분석이다.
한 계리법인 관계자는 “라이나생명이 푸르덴셜생명보다 자본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ROE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PBR 2배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데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3조원에 이르는 회사를 섣불리 사겠다고 나서는 곳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푸르덴셜생명 매각만 하더라도 보험업 확장을 노리는 KB금융이란 확실한 매수자와 펀드 자금 소진을 원하는 대형 사모펀드들이 줄서 있었다.
하지만 라이나생명 매각에선 확실한 전략적투자자도 재무적투자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전략적 투자자라고 해봐야 하나금융 정도가 거론되지만 그간 보험업에 큰 관심이 없던 하나금융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사모펀드들도 확실한 SI가 안보이는 상황에서 3조원을 들여 인수했다가 몇 년 뒤에 마땅한 매수인을 찾지 못하면 낭패에 빠질 수 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3조원에 인수하면 몇 년 뒤 6조원에 팔 후보자가 있어야 하는데 마땅히 눈에 띄는 매수자가 없다”라고 말했다.
라이나생명의 모회사인 미국의 헬스케어 그룹인 시그나의 의지도 크지 않아 보인다.
2015년 미국의 초대형 헬스케어 업체인 앤섬과 합병을 시도할 당시 한국 라이나생명의 매각이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해당 건이 무산되면서 라이나생명 매각도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푸르덴셜생명은 미국의 모회사 회계이슈 등과 맞물려 매각에 나선 이슈가 컸다. 하지만 헬스케어 업체로 변모한 시그나 그룹은 자본확충 등 회계 이슈도 없다.
그나마 시그나그룹이 종합보험사에서 헬스케어 회사로 사업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과 인터넷 기반으로 국내 보험산업이 변화면서 텔레마케팅(TM)을 통한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유효한지에 대한 고민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계리법인 관계자는 “아직까진 구체적인 매각 움직임은 없지만 모회사인 시그나 그룹이 보험업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라며 “그런 면에선 중장기적으로 그룹 전체적인 비즈니스와 맞지 않는 한국 라니아생명에 대해선 매각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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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04일 07:00 게재]
입력 2020.08.06 07:00|수정 2020.08.07 09:37
라이나생명 공식 부인…아직 잠잠한데다 인수자 풀이 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