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출신 배동근 CFO가 IPO 키맨 주목
배 CFO가 내는 과제에 외국계 IB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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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시가총액 10조원에 달하는 게임개발사 크래프톤의 기업공개(IPO)가 가시화하고 있다. 조만간 주관사 선정 작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관사 자리를 노리는 투자은행(IB)들은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물밑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이번 IPO의 키맨(Key-man;핵심관계자)으로 글로벌 IB 출신의 IB뱅커가 꼽힌다. 업계 사정을 훤히 아는 사람이 거래를 좌우하다보니 IB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5일 IB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조만간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할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달 중 IPO 주관사 선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한때 글로벌 1위를 차지했던 '플레이어언노운스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를 갖고 있는 크래프톤은 예상 시가총액 10조원에 공모규모만 2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에 크래프톤의 실적은 오히려 급상승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이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256%, 98% 늘어난 5082억원, 3524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509% 증가한 4215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실적 호조 속에 장외주식가도 연일 치솟고 있다. 8월 들어 매수호가가 약 120만원까지 올랐다. 연초 40만원 수준에서 3배가량 주가가 올랐다. 장외시가총액은 9조4000억원에 이른다.
초대형 딜에 IB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외국계 IB들은 크래프톤 눈도장을 찍기 위해 회사의 주요 임원들과 컨택을 늘리고 있다. 이번 IPO의 핵심인물로는 JP모건 출신의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거론된다.
배동근 CFO는 JP모건에서 넷마블 IPO 주관한 업무를 인정받아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직접 영입한 인재다. 배 CFO가 외국계 IB 출신의 IPO 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요구하는 '숙제'(사전 준비단계에서의 시장 조사)의 퀄리티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회사가 IB들에게 요구하는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미국 상장과 국내 상장에 따른 장단점에 대한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시장에 상장할 것인지에 따라 접촉해야 하는 투자자 풀과 접근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업체이다 보니 국내 상장이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지만, 회사 측에선 좀 더 정교한 분석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IB 관계자는 “어느 시장에 상장할 지부터 정해야 추후 전략을 짤수 있기 때문에 두 시장을 놓고 상장 효과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회사 측에서도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회사 매출이 배그라는 단일 게임에 집중된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IB들에게 내려진 숙제다. 배그 이후 크래프톤이 출시한 실시간 전략게임 ‘케슬번’, ‘테라 히어로’ 등 다른 게임들은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도 “’배그’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제2, 제3의 ‘배그’를 만들어 낼수 있는 회사를 이끄는 것이다”라며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회사도 풀기 힘든 문제를 어떻게 투자자에게 설명해야 하는지가 IB들에게 주어진 숙제다.
명확한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니 IB들은 오히려 배 CFO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모습도 감지된다.
차별화된 전략을 제시하기 힘들다면 결국 주관사 선정에서 배 CFO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IB 경험도 풍부한데다 넷마블 IPO 경험이 있는 배 CFO의 입맛에 맞는 정답을 찾는 일이다 보니 다른 IPO보다 힘들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장병규 의장이 사실상 전권을 줬다는 점에서 이번 IPO의 핵심인물인 배 CFO의 마음을 어떻게 사느냐가 주관사 선정에 주요한 미션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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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