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사업구조 달라…텐센트≒카카오
'퍼블리싱'은 低마진…"개발 능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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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가 게임관련주 훈풍을 타고 내달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다만 비교기업으로 삼은 텐센트, 엔씨소프트 등 4개 각사의 시가총액(이하 시총)은 카카오게임즈의 최대 450배에 달한다. 특히 시총 차이가 제일 큰 중국 기업 텐센트는 SNS 등 서비스 관련 매출이 상당하고 게임을 직접 개발해 흥행시키는 등 사업구조의 측면에서 카카오게임즈와는 비교가 어렵다는 평가다.
카카오게임즈가 차별점으로 내세운 퍼블리싱(게임의 판매 및 유통)도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부가로 나가는 수수료가 많아 영업이익률이 크지 않은 만큼 개발 능력을 기르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장 직전 불거진 카카오게임즈의 RPG게임 '가디언테일즈' 논란도 부담요소다.
3일 카카오게임즈는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내달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공모청약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모 희망금액은 2만원에서 2만4000원이다. 밴드 최상단 기준 공모 규모는 3200억원이다. 공모가 기반으로 산정한 카카오게임즈의 시가총액은 최대 1조7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눈에 띄는 것은 비교기업이다. 카카오게임즈가 공모가 산정을 위해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곳은 ▲ 텐센트(시가총액 794억원) ▲ 넷이즈(51조원) ▲ 넷마블(12조원) ▲ 엔씨소프트(18조원)이다. 카카오게임즈의 희망 시가총액보다 6~450배 가량 크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게임관련주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엔씨소프트는 코로나 공포가 극에 달했던 올해 3월 50만원에서 8월 80만원 후반대의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넷마블도 같은 기간 8만원대에서 최근 14만원대까지로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비교기업의 기업가치가 커진 덕에 카카오게임즈는 할인율을 높게 매기는 한이 있더라도 희망공모가밴드를 결정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시가총액이 큰 해외 기업 하나를 선정해 평균 내기 전 총 합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이라며 "매출을 내는 사업 구조도 다소 다른 것으로 알고 있어 비교 기업들과 실제로 견줄 만 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교기업 선정이 바람직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갈리는 모습이다. 각 기업마다 사업구조와 주력하는 사업이 다른 까닭에서다. 특히 텐센트와의 차이점에 대한 평가가 주요하다.
먼저 기업간 사업구조가 다르다. 비교기업 중 시가총액이 794조원으로 가장 큰 텐센트는 온라인 게임 뿐만 아니라 위챗(WeChat)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실상 카카오게임즈보다는 최대주주인 카카오와 비교되어야 할 기업인 셈이다. 올해 1분기 매출 호조도 SNS 매출이 전년대비 22.8% 오르며 견인하기도 했을 뿐더러 작년에는 게임매출 비중이 30% 감소한 만큼 위챗의 핀테크 비중이 늘어나는 등 매출 다변화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게임 기준으로도 카카오게임즈와 텐센트는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 다르다. 텐센트는 게임 개발부터 퍼블리싱, 스티리밍 서비스까지 구축해놓고 있다. 스트리밍은 구글, 애플 등에서도 구축하려 하는 서비스로 지난해 8월 텐센트는 이들보다 먼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매출 중 '퍼블리싱'의 비율이 상당하다.
퍼블리싱은 개발이 완성된 게임을 판매하고 유통하는 것이다. 다만 모바일 게임의 경우 퍼블리싱할 경우 앱스토어를 구축하고 있는 구글이나 애플에 20%대의 수수료를 추가로 내야한다는 점에서 마진이 크지는 않다고 알려진다. 퍼블리싱에 주력하는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퍼블리싱보단 게임 개발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통해 퍼블리싱을 하고 있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강조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검은사막'(북미 및 유럽 유통), '플레이어언노운스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국내 유통) 등을 유통하는 퍼블리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게임 개발 역량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돈을 많이 쓰는 일명 '린저씨'들을 대거 끌어올 만큼 히트작을 만들어내 매출을 크게 올린 엔씨소프트와는 비교가 불가하다"며 "카카오게임즈가 게임을 내놓고 성공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며 최근에 나온 게임들은 최적화를 잘 못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텐센트는 퍼블리셔로만 역할했던 카카오게임즈와는 달리 공동 개발이란 명목으로 펍지 스튜디오와 합작해 '배그'의 모바일 신작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해당 게임은 올해 2분기에도 전세계 모바일 게임 MAU 1위를 차지했고 한국에서도 2위의 영예를 안았다. MAU는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의 수다.
올해 들어 퍼블리싱 경력이 있는 카카오 사외이사 피아오얀리가 이사직에서 물러난 것도 언급된다. 피아오얀리는 텐센트게임즈 출신으로 게임 해외소싱 경험이 풍부한 인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 그가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이사진에는 금융권, 광고기업 출신, 보안 등 IT 관련 인사들로만 구성돼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이사진도 카카오, 다음 출신이거나 법조인으로만 구성돼 있다.
상장 직전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유통을 맡은 RPG게임 '가디언테일즈' 대사 관련 성별혐오 논란도 부담요소다.
가디언테일즈는 8월 초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 5위를 차지하며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게임 대화 중 '걸레같은X'이라는 대사를 급진적 페미니스트 집단이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 '광대'로 수정하며 남성 게이머 집단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후 '이 나쁜 X'으로 표현을 재수정했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2.2점으로 추락했다.
이에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기대감은 큰 상태다. 한 IPO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 IPO 이후 카카오게임즈가 다음으로 가장 주목받는 공모청약건"이라며 "그동안 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과 달리 카카오게임즈는 분기마다 순이익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게임관련주여서 더 기대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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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07일 14:4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