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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가 투자 매력이 없는 회사인가? 그렇지는 않다. 카카오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상장 후 공모가 아래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가? 최근 공모주 추세를 보면 시초가에 100% 수익이 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모주는 산업군과는 상관없이 공모주 시장 그 자체의 흐름도 탄다. 7월 이후 상장한 19개 종목(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중 절반인 9개 종목의 상장 첫 날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였다.
걱정되는 건 광기마저 엿보이는 일각의 '묻지마 논리'다. ① 대기업 계열사인 SK바이오팜 주가가 공모가 대비 5배 올랐고 ② 카카오게임즈는 대기업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이므로 ③ 카카오게임즈 역시 공모가 대비 5배 수익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은 기존 바이오 신규 상장사와는 다른 셈법을 보여줬다. 카카오게임즈는 다른 게임회사와 차별성을 갖추고 있을까? 아직까지는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
SK바이오팜은 '밥상'을 차린 뒤에 공모 시장으로 들어왔다. 매출의 핵심이 될 신약인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와 솔리암페톨(제품명 수노시)이 상장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미국 FDA 기준 신약 후보 물질이 제품으로 최종 승인될 확률은 9.6% 안팎이다. 이 좁은 문을 벌써 2개 약품이 뚫어낸 것이다.
엑스코프리가 기존 뇌전증 약물 대비 치료 효과가 월등하다는 사실은 임상에서 입증됐다. 지난해 영업적자였고, 올해엔 더 큰 규모의 영업적자가 예상되지만, 시장 점유율이 오르며 실적이 제곱함수 그래프를 그릴 가능성이 크다는 데 투자자들은 베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영업흑자를 냈고, 올해 상반기엔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보여줬다. 만년 적자에 올해도 적자 예정인 SK바이오팜보다 드러난 숫자는 훨씬 좋다.
문제는 카카오게임즈 주요 수익원이 대부분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모두가 열광했던 '플레이어언노운스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는 올해 1월 게임트릭스 기준 PC방 점유율 8%가 깨졌고, 지금은 7%마저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8월 2주차엔 피파온라인4에 2위를 내줬다. 카카오게임즈는 국내 유통만 담당하며, PC방 과금이 비즈니스모델이다. PC방 점유율 하락세는 쉬이 넘기기 어렵다.
올해 상반기 깜짝 실적의 핵심인 모바일게임 '달빛조각사'는 이미 성장동력으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순위 50위권 밖으로 밀린 지 오래다. 대만 진출을 타진하고 있지만, 대만의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국내의 5분의 1 에 불과하다. '중화권'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판호발급이 막힌 중국 진출을 대만 진출이 상쇄해주지도 못한다는 분석이 많다.
카카오게임즈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PC MMORPG '엘리온', 내년 출시 예정인 모바일 MMORPG '오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상 상장 후 카카오게임즈 주가를 견인할 핵심 변수다.
이 두 게임은 임상시험 같은 검증을 거치지 못했다. 엘리온이 사전체험 등을 통해 게임의 일부를 공개한 정도다. 아직 깊이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 '재미'라는 주관적 가치도 측정이 어렵다. 엘리온의 출시일도 확정되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아직 밥상에 수저도 다 못 올린 셈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리니지M'이라는 절대 강자가 버티고 있는 시장에 두 게임이 얼마나 파급효과를 일으킬지, 그리고 얼마나 큰 수익을 올릴지는 가늠이 어렵다. '로스크아크'로 PC MMORPG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2019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은 스마일게이트알피지조차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자체 사업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차이로 꼽힌다.
SK바이오팜의 핵심 투자 포인트 중 하나는 자체 개발 신약 외에도 국내 바이오사 최초로 미국에 직접 유통망을 구축했다는 데 있었다. 초기 투자 비용이라는 리스크를 짊어지긴 했지만, 성공한다면 글로벌 제약사에게 유통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수익성이 크게 뛰어오를 수 있다.
반면 카카오게임즈의 자체 게임 개발 역량은 캐쥬얼게임에 치우쳐있다. 배그를 비롯해 '검은사막'은 물론 최근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에 진입한 '가디언 테일즈', 앞서 언급한 '엘리온', '오딘'에 이르기까지 핵심 수익은 대부분 퍼블리싱(유통)만 담당하는 게임에서 나오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영업이익률이 10% 안팎에 머무르는 핵심 배경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의 영업이익률이 30~50%에 이르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단순히 인기 게임의 유통만 담당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기 어렵다. 자체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수익 창출력을 확보하는 최근 게임 개발 트렌드와도 다소 거리가 있다.
현재 장외 거래가 기준 카카오게임즈의 예상 시가총액은 5조원에 이른다. 국내 상장 게임사 시가총액 3위인 펄어비스(2조4000억여원)의 두 배다. 펄어비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2600억여원, 영업이익 830억여원을 낼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2000억여원, 영업이익 287억원을 기록했다.
모기업 카카오와 연계한 광고 사업, 자회사 카카오VX 등을 통한 골프 사업 등 게임사 치곤 다양한 비즈니스는 강점이자 약점으로 통한다. 비수기 실적 방어엔 유리할 수 있겠지만, 투자자들이 게임사에 기대하는 모습은 아닌 까닭이다. 코웨이 인수 이후 넷마블이 보여준 주가 흐름도 이런 관점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펀드 관계자는 "회사와 주관사단은 나름 합리적(공모희망가 최상단 기준 시가총액 1조7000억원)인 가격을 제시했는데, 공모주 열기가 뜨겁다보니 장외에서 오버슈팅(과열)된 것 같다"며 "유동성 장세에서 상장 후 단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오를 순 있겠지만,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펀더멘털에 수렴하는 게 주가의 기본 생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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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11일 13:56 게재]
입력 2020.08.14 07:00|수정 2020.08.18 1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