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용으로 용도전환 활발
꼬마빌딩은 상권조성에 나서기도
부동산업자들 콘텐츠업자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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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라도 다 같은 부동산이 아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반대로 상업용 부동산은 공실률 상승으로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이에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은 용도변경, 공간 재구성을 통해서 공실률 해소에 골몰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마스턴투자운용은 여의도 NH투자증권 사옥을 주거시설로 용도변경하는 마스터플랜을 추진하고 있다. 맨해튼에 위치한 초고층 생활용 숙박시설처럼 용도변경한다는 구상이다. 증권가 한가운데 주거형 숙박시설을 짓는 이유는 수익률 측면에서 주거형 숙박시설이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오피스 공간에 대한 임대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주거용 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공실을 줄이면서 더 높은 임대수익을 나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증권가 한가운데 오피스 건물도 임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일 정도로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심각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상가공실률은 2017년 1분기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공간을 찾는 고객의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도 용도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홈플러스 4개점을 매입한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도 홈플러스 사옥의 용도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홈플러스와의 임대계약 조정 등을 통해서 수익률을 올린다는 구상이다.
호텔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공실률이 90%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한때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울에 우후죽순으로 관광호텔이 들어섰지만 사드와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나마 이들이 살길을 찾은 게 주거용 오피스텔로의 전환이지만 7.10대책으로 이전보다는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도 주거용으로 분류가 되면서 1가구 2주택 규제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월세 수입을 얻기 위해 오피스텔을 매입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건설업계와 은행들은 오피스텔로 전환만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담당자는 “7.10 대책으로 오피스텔 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이전처럼 활발하게 용도변경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꼬마빌딩 소유주들의 상황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이태원 등 핵심상권마저 공실이 커지고 있다. 꼬마빌딩 소유주들에겐 커지는 공실은 투자전략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통상 꼬마빌딩 투자자들은 매입시 임대수입을 감안해 자금조달 플랜을 짜지만, 해당 건물이 공실이 나면 금융권 대출 상환에 어려움이 커진다. 여기에다 꼬마빌딩은 주거용으로 용도변경 허가를 받는 일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꼬마빌딩 소유주들이 임대수익을 예상하고 금융권 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임대가 안 이뤄지면 이를 자기돈으로 메워야 한다”라며 “최근에는 1층 공실이 늘어나면서 꼬마빌딩의 가치하락도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꼬마빌딩 운영을 맡아서 해주는 회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꼬마빌딩이 있는 곳에 상권조성하는 형태로까지 비즈니스 확대가 일어났다.
일례로 성수동 일대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팀포지티브제로(TPZ)'는 라이브재즈바, 커피숍, 프렌치레스토랑, 편집숍, 복합문화공간 등을 직접 기획 운영한다. 꼬마빌딩 소유주는 해당 업체를 통해 건물뿐 아니라 그 지역 일대의 지대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전에는 스타벅스 등 주요 프렌차이즈 건물의 가치를 높여줬다면 이제는 건물뿐 아니라 상권개발이 중요해졌다. 성수동, 익선동 등이 대표적으로 이런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트랜디한 공간으로 자리잡은 곳이다.
포지티브제로의 한 관계자는 “성수동에 조성한 재즈바로 그 일대 상권이 개발되면서 해당건물의 평당 토지가가 50% 가까이 증가했다”라며 “이전에는 스타벅스 유치등으로 상가 가치를 올렸다면 이제는 상권 조성을 통해서 상가 가치를 올리는 방식으로 상가 운용방식이 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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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