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급한 SK, 일시금 정해야 불확실성 제거
LG화학 성장자금 유입은 부담…분할 지급 선호할 수도
LG화학은 성장세 반영된 로열티 방식 등 유리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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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분쟁 관련 배상금 셈법이 복잡하다. SK이노베이션은 빨리 배상금을 주고 불확실성이 줄이는 방식이 유리하지만 당장 현금 유출이 걱정될 수 있다. 또 경쟁사에 투자금을 주는 것도 부담이어서 배상금을 확정하되 나눠서 지급하는 편이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대로 LG화학은 한 번에 목돈을 받거나 혹은 로열티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로열티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사업을 잘 하면 받을 돈이 많아지고, 기술 가치가 소멸할 때까지 경쟁사를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을 내렸다. ITC 최종 판결은 오는 10월 내려지는데 기존 결정이 유지되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관련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ITC 판결은 LG화학이 작년 4월 미국 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도 준용된다. 서울중앙지법은 27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상대로 낸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금까지 ITC 조기 패소 결정이 최종 결정에서 뒤집힌 전례는 없었다. 미국 영업비밀보호법에 따르면 손해배상액 산정 시 실제 피해(영업비밀을 활용한 수주금액 등)와 부당이득(R&D 비용 감소 등), 미래 가치(향후 수주금액 등) 등이 고려된다. 영업비밀 침해가 확정된다면 손해배상액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함께 최악의 경우 미국 사업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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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전기차 투자 개발을 놓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 포드나 일자리를 지키려는 미국 정치권의 지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면서도 “결국 합의금은 물어줄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 최종판결 전에 배상금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최선이다. 미국 공장은 2025년까지 글로벌 톱3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기지라 여기에 타격을 입어선 안된다. SK그룹 안에선 SK하이닉스가 정체한 상황이라 배터리 사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LG화학 입장에서도 납득할만한 보상이 이뤄진다면 굳이 법적절차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LG화학은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합리적 수준’이라면 10월 최종판결 전에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배상금 협상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두 회사가 생각하는 금액 차가 크고, 지불 방식에 따른 손익계산서도 제각각이다보니 양측 샅바싸움이 치열할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문건은 유출됐지만 실제로 그 기술을 사용한 증거가 없으며, LG화학이 입은 피해도 산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펴는 상황이다. 배상 금액도 적게는 수백억원, 많아야 수천억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면 LG화학은 ITC의 결정에서 직접적 피해 금액이 다 인정됐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2조원 이상의 금액을 바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금액 선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았다 해도 별개로 지불 방식을 두고 셈법이 복잡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한 번에 배상금을 확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세계 각지에 벌여둔 사업이 많은 상황이라 빠르게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포드 등에 납품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겨선 안된다.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 해외 광구 매각 등을 추진 중이니 자금 여력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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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올해 전기차 배터리 1위로 등극한 경쟁사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LG화학은 배터리 투자에 집중하면서 빚을 많이 끌어썼다. 추가 성장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부문 분사 및 투자유치에 나서는 안도 고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LG화학으로 대규모 배상금이 유입되면 그 간의 고민을 덜고 설비 투자를 가속화 할 수 있다.
정작 SK이노베이션의 확장은 늦어지게 된다. 최근 회사채 발행, 그린론(Green Loan) 조달 등 분주히 움직이지만 그 정도로는 선행 주자들의 증설을 겨우 따라가는 데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을 쫓는 처지라 한 꺼번에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나눠서 지급하는 편이 부담이 덜하다. 재무 부담은 나누고, 경쟁사의 성장도 늦추는 효과가 있다.
LG화학 입장에선 한 꺼번에 목돈이 들어오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급할 것이 없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 전망을 감안하면 한 번에 금액을 정하는 것이 도리어 아쉬울 수도 있다. 산업 성장에 따라 기술 기여도에 따른 대가(로열티)를 받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SK이노베이션은 한꺼번에 배상금을 정하고 사업을 빨리 확장하길 원하겠지만 그렇다고 일시불로 지불하고 싶지도 않을 상황이고, LG화학은 대규모 자금이 들어오면 자금 부담이 덜어지겠으나 로열티 방식으로 합의하는 것도 나쁠 것이 없을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LG화학이 로열티를 받으면 그 기술의 가치가 사라질 때까지 SK이노베이션을 견제할 수 있다. 로열티를 매출 혹은 이익의 일정 비율로 받는 방식으로 합의하면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사업을 잘 하더라도 부담이 없다. 결과적으로 SK이노베이션이 어떤 합의안을 들고 오든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합의금은 주주나 투자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한다"며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법적 절차를 끝까지 밟을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 전 합의하는 것이 최선이긴 하지만 로열티냐 일시지급이냐 하는 문제는 현재로서는 답변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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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27일 11:0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