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S·MTS 구축은 검토 중…대출은 계획 無"
수익성↓…'IB 진출 전략'엔 업계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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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증권(이하 카카오증권)이 기존 증권사처럼 주식중개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단, 투자자로 하여금 소액을 'ETF 자문 포트폴리오'(EMP)나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굳히고 있다. 친근한 브랜드에 기댄 확장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수익성이 있는 사업 모델을 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지적이다. '투자의 대중화' 라는 비슷한 비전을 가진 미국의 주식중개앱 '로빈후드'는 카카오증권과 달리 신용대출 서비스와 주식중개 시스템 등 수익원을 갖추고 있다. 추후 기업금융(IB) 등에 진출하는 것도 기관투자자와의 네트워크 부족 등으로 기업들의 수요를 맞추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결정적으로 카카오증권의 주요 타깃인 2030세대들은 단기차익에 목말라 있다. 변동성이 작은 EMP나 수익률이 최대 1% 중반대인 채권형펀드에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카카오증권은 올 초 '투자·자산관리의 대중화'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출범했다. 플랫폼을 활용해 자본이 크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데는 성공했다. 증권계좌를 출시한 5개월이 지난 지금, 약 170만개의 계좌가 개설됐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카카오증권이 내놓고 있는 투자상품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카카오증권은 글로벌 EMP 펀드 3종과 국내외 채권형 펀드 2종의 판매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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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EMP는 포트폴리오의 50% 이상을 다양한 종목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ETF는 주식처럼 증시에 상장돼 있고 주식거래 시스템을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주식거래시스템이 없는 카카오증권은 이를 펀드로 묶은 상품만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섞인 EMP 펀드는 다소 안정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또한 카카오증권이 판매하는 채권형 펀드인 ▲미래에셋영리한글로벌채권증권자투자신탁 ▲한화쏠쏠한대한민국채권증권자투자신탁은 설정 후 수익률이 각각 1.58%, 0.35%에 불과하다.
'투자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타깃으로 삼은 2030세대의 목표 수익률 눈높이는 크게 높아져 괴리가 생겼다는 평가다.
코로나 이후 강세장이 이어지자 청년층들은 단기차익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규계좌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의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은 주식 투자를 위해 신용거래융자까지도 손댔다. '대중화'를 목표로 한 카카오증권이 제공하는 상품들은 이런 수요를 반영하기 힘들 수 있단 분석이다.
그럼에도 카카오증권은 주식중개 시스템 구축을 망설이는 눈치다. 애당초 증권업계는 카카오증권이 기존 증권사들처럼 HTS 등 주식거래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큰 비용이 들어 진입에 고민이 많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본격 수익을 내기 위해선 거래중개 시스템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비교대상으로 주로 꼽히는 로빈후드는 카카오증권과 같은 목표를 내걸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수수료 무료화를 통한 기반 확대 이후에는 신용대출과 해외 주식거래 등 유료화 모델 '골드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초기비용이 다소 들더라도 거래중개 시스템을 구축하여 수익을 내는 모습이다.
주식담보대출 등 대출 서비스도 출시해야 무료수수료로 인한 손실을 메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펀드를 소액으로 팔아서는 증권사에게 수익이 안 되기 때문에 통상 주식담보대출 등에서 수익을 내려는 게 일반적"이라며 "신생인 카카오증권이나 토스는 자본금 규모가 작기 때문에 대출에 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카오증권은 대출 사업에 대한 진출 계획이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의 매출은 계속 성장하겠지만 그 정도는 점차 감소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증권업을 가장 잘 아는 기존 증권가의 카카오증권의 매출 성장세에 대한 시각도 보수적인 편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초기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끝나고, 2022년 매출 5500억여원 정도를 기록할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는 부국증권, SK증권 정도의 매출 규모다. 이름있는 중견 증권사의 연 매출이 2조원 안팎인 상황에서 '판도'를 바꾸기엔 역부족일 거라는 평가다.
카카오증권이 예고한 IB 진출 전략에 대해서도 위협감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IB 트렌드는 '리서치 기반 네트워크'다. 리서치 역량과 IB와의 통합 시너지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밸류에이션(가격산정) 등 IB 딜 관련 자문에도 리서치에서 활발히 참여해 조력자 역할을 한다. 카카오증권 내 애널리스트 인원은 현재 5명 정도다.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센터 인원이 40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IB를 한다고 할 때, 기업들은 증권사에 IB 기능만을 바라진 않는다"며 "상장 등을 할 때 기관한테도 청약을 받는데 기관에게 IR을 하고 수요를 끌어내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카카오증권은 기관과의 네트워크가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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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