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업계도 '산업 패러다임 변화' 촉각
장기적으로 재무부담과 투자성과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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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현대자동차가 ‘미래차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탈피를 꾀하고 있다. 비교적 느린 회복을 보이던 현대차 주가가 최근 ‘V자 반등’을 보이는 등 주식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되면서 신용평가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장 관심있게 보고 있는 이슈가 자동차산업 생태계 변화”라며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어 산업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또 기존 업체들을 비롯해 어떤 기업이 주도권을 잡을지 등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가 현대차가 내연 중심에서 전기차로 중심축을 옮기는 원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7월 2025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해 글로벌 1위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전기차 올인’을 선언했다. 8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IONIQ)을 발표해 내년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신차 3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향한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향후 6년간 미래기술에 총 6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율주행 기술업체 앱티브(APTIV)와 각각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자해 올해 3월 합작법인(모셔널)을 설립하기도 했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크레딧 업계는 주식시장처럼 ‘이벤트’에 반응하는 업계는 아니지만, 전반적 산업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회사에서도 투자를 하고 대응을 하는 점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투자가 어떤 성과를 낼 지, 재무부담이 어느 정도 늘어나고 또 차환에 대한 안정성은 어떻게 유지되는 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된 바 있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전기차 판매경쟁 심화, 환경 규제에 따른 비용 상승, 중국실적 저하 등이 요인으로 ‘최고 등급’을 반납했다. 당시 한국신용평가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실적 불확실성도 확대됨에 따라 현대차, 기아차가 기존 등급에 부합하는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했다.
올해 코로나로 글로벌 수요 급감을 겪고 있지만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도 방향성은 안정적인 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6월 정기평가에서 2분기 실적 저하는 불가피하지만 견고한 내수 기반과 우수한 재무완충력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4월 올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2019년 대비 영업이익이 6000억원가량 감액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양사의 재무구조를 크게 저하시키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코로나 재확산 등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있는 점은 우려 요소다. 신용평가사들은 하반기에 수요 회복이 있다는 조건 하에서 신용등급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예측했다. 하반기에도 수요 위축이 지속된다면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상반기 해외 시장 부진이 두드러진 데에 비해 국내 시장 수요 회복이 비교적 빨랐지만, 감염자 수가 재차 증가하면서 회복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업환경 변화가 현대차의 신용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의 전략 변화가 자동차 부품사의 신용도엔 타격이 비교적 빠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자동차는 2030년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하는 신차 출시를 사실상 중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차량의 연식 변경 모델만 내놓고, 신차모델은 100% 친환경차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부품사 대부분은 현대기아차가 주 거래처이기 때문에 자동차 판매 실적이 결국 신용도에 결정적이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매출 감소, 코로나로 글로벌 수요 감소가 이어지면서 등급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 19곳 중 올해 정기평가에서 등급 전망 ‘부정적’을 받은 곳은 ‘AA’급인 한온시스템을 포함해 7곳에 이른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특히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절대적인 중소 부품업체들은 영업 부진이 불가피하다”며 “새로운 형태의 완성차가 비중이 높아지면 내연기관 부품을 담당하는 회사들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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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2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