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서 ‘한국산’ 팽이버섯 식중독 문제 불거져
수출 타격 불가피…원매자와 눈높이 격차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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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농산 두 번째 매각 작업도 빈 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애초 원매자의 눈높이가 높았는데 미국에서 발생한 식중독균 검출 이슈까지 겹치며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일 M&A 업계에 따르면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는 국내 1위 버섯 재배기업 대흥농산 매각을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 등 원매자와 협상을 이어왔으나 교착상태다.
대흥농산은 1990년대 후반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세계 최대 버섯생산 업체다. ‘황소고집’ 브랜드로 팽이버섯(연 2만2000톤)과 느타리버섯(1500톤)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점유율 40%가량을 차지하며 미국 등 10개국에 수출도 한다. 앵커PE는 2016년 약 500억원을 들여 대흥농산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고 이후 잔여 지분도 사들였다.
대흥농산 매각이 차질을 빚는 이유는 일단 매각자의 기대치가 높아서다. 앵커PE는 작년 BDA파트너스를 주관사로 삼아 공개 매각에 나섰다. 국내 기업과 PEF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가격차가 컸다. 당시 앵커PE는 1000억원 중반대 가격을 희망했지만 원매자들의 제안은 그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앵커PE는 올해 매각 주관사를 SC증권으로 교체해 매각을 추진했는데, 미국에서 팽이버섯 식중독균 문제가 더해지며 매각 불확실성이 커졌다.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2016년 이후 팽이버섯의 리스테리아균(식중독 원인균의 일종)으로 인해 총 4명이 사망했고, 17개 주에서 최소 36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올해만 미국에서 선홍식품이 유통한 팽이버섯, 캘리포니아 업체가 유통한 한국산 팽이버섯 등 세 차례 리콜이 이뤄졌다. FDA는 노령자나 영아 등 고위험군은 ‘한국산’ 팽이버섯을 섭취하지 말라고 권고했고, 수입경보(Import Alert)도 내려졌다.
한국에서는 팽이버섯을 가열 조리해 먹는 것과 달리 미국에선 익히지 않고 샐러드 형태로 먹는 경우가 많다. 문화 차이로 문제가 된 것인데 버섯 재배사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해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다, 한국산 팽이버섯의 인식도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산 팽이버섯에 대해 유해 세균에 의한 리콜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매각은 5월 이후 본격화했으니 매각자 측도 미국에서 식중독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수 제안을 받았던 업체에 따르면 앵커PE 측도 앞으로 정확히 어떤 영향을 받을 지 예측하기 어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초기 경상북도에 코로나가 확산하며 업장 실사도 쉽지 않았다.
대흥농산은 생산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 돼 있어 위생적이다. 그러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미국 수출 물량도 소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작년 대비 우리나라의 대 미국 수출 팽이버섯 물량은 7월까지 기준 18%가량 감소했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하면 수출이나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애초 앵커PE가 바라는 가격이 시장과 차이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근소한 실적 하락도 달갑지는 않다. 원매자와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거래 초기부터 매도자도 미국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대흥농산은 직접 연관이 없다 보니 오히려 점유율과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면서도 “미국 수출에 영향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올해는 코로나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올해 학교가 휴업에 들어가며 급식이 중단되고, 외식 산업도 타격을 입었다. 대부분의 농수산물 업체들의 실적이 꺾였는데, 코로나가 장기화 할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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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01일 16:4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