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 기준 'EV/EBITDA'…"엔터사엔 생소"
"빅히트 사업다각화 의지 노출 목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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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공모희망가 산정 기준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히트가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고 지적재산권(IP) 관련 자회사를 물적분할하는 등 이종산업이 섞여있더라도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공모가 산정 기준으로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 수익(EV/EBITDA)을 활용한 점도 특이하다. 해당 지표는 감가상각비 비중이 큰 산업에 주로 쓰이는 지표로, 무형자산 비중이 큰 엔터사에서는 잘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터사업 외 IP사업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공모가 뻥튀기를 위한 무리수 아니겠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빅히트가 제시한 공모희망가 밴드는 주당 10만5000원~13만5000원이다. 예상 공모가 기준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3.7조~4.8조원 수준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빅히트 연환산 실적 기준 주가순이익비율(PER) 47~61배로 엔터주의 평균 PER인 30~35배보다 프리미엄이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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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산정을 위해 최종 선정된 비교기업은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YG PLUS, 네이버, 그리고 카카오다. YG엔터테인먼트는 해외를, YG플러스는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음원 및 앨범을 유통·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빅히트 피어그룹으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선정된 것과 관련,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IPO 업계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빅히트와 직접 비교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는 평이 주요하다.
빅히트가 IP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2018년 빅히트는 플랫폼 서비스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BTS)이라는 단일한 파이프라인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빅히트가 IPO에서 높은 가치를 받으려면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빅히트가 최근 자체 플랫폼을 온라인 콘서트를 통해서 작동이 잘 되는지 확인을 해보기도 했고 지난해 자회사를 분사하면서 생긴 플랫폼 운용 자회사들은 최근 연결 기준으로 매출 비중이 10%를 넘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것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ISP 사업자를 피어그룹에 포함시킨 이유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플랫폼 사업과는 거리가 굉장히 먼 빅히트가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사업자인 네이버ㆍ카카오를 '동종기업'으로 선정한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오히려 '보이그룹'에 주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는 4차 비교회사 선정에서 제외됐다. 에스엠이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보통 3차에서 비교회사 선정이 끝나는데 4차까지 진행해 에스엠을 피어그룹에서 제외한 것에 의문이 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빅히트는 EV/EBITDA를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빅히트는 콘텐츠 제작 업종의 경우 전체 비용에서 콘텐츠 및 인프라 투자 관련 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상각비 처리 방식이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상이하기 때문에 해당 지표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EV/EBITDA는 유형자산 비중이 커 이에 대한 감가상각비 비중이 높은 장치산업 기업가치 산정에 쓰이는 지표다. 2014년 롯데쇼핑이 KT렌탈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에도 PER 방식보단 EV/EBITDA 방식이 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2018년 VIG파트너스가 섬유소재 전문기업인 유영산업을 인수할 때에도 EV/EBITDA를 활용해 인수가를 결정한 바 있다.
반면 엔터사들은 주로 비슷한 산업군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엔터사는 소속 연예인들에게 계약기간 동안 연예인에게 지급하는 전속계약금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매년 감가상각 비용으로 처리한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연예기획사들은 감가상각비 비중이 크지 않은데도 빅히트는 EV/EBITDA를 사용해 생소했다"며 "PER로는 원하는 기업가치를 맞출 수 없으니 EV/EBITDA라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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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03일 15: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