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책 등 힘입어 '3월 쇼크'는 없을듯
다만 기업 펀더멘탈 악화 부담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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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 재확산이 거세지면서 다시금 회사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3월 팬데믹 발발 초기 금융시장 급락과 함께 회사채도 발행과 유통시장 모두 얼어붙은 바 있다.
아직까지는 투자자들의 학습효과와 더불어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 및 금융정책에 힘입어 비교적 우려가 높지 않다는 분위기다. 다만 9월 6조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하려는 기업들의 현금확보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코로나 일별 확진자수는 8월 중순부터 200명~400명 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는 28일 수도권에 대해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수준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만약 3단계까지 격상되면 내수경제 및 투자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회사채 시장은 코로나 재확산에 3월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급격한 ‘금융 충격’을 경험해 본 학습효과와 더불어 부정적인 상황에도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해줄 것이란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또 증시 및 금융시장이 조정이 오지 않아서 이후 온다해도 추가적인 유동성공급 및 시장안정화방안 시행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더해진다.
3월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국내 회사채 시장도 혼란을 겪었다. 투자자들이 극도로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면서 공모채 발행에 나선 기업들이 잇딴 수요 확보에 실패한 바 있다. 이후 국내 코로나 확산이 줄고 기업 실적이 ‘최악’을 피하면서 투심이 안정세를 향했다. 채권안정펀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등 정부의 정책지원 영향도 컸다.
이달 현대건설은 건설업계를 향한 투심 악화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상의 수요를 모았다. AA-의 우량 신용도가 투심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 LG이노텍(AA-)은 1300억원의 수요예측에 1조30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고, A+ 등급인 세아제강도 4배 넘는 유효수요를 확보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A급 이하 회사채를 향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약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회사채 수요예측 25건 중 총 15건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 중 AA등급은 1건에 불과했고, A등급이 11건, BBB등급 이하에서 3건이 나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미매각건이 4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증가세다. 이에 코로나 사태로 자금조달 이슈가 있는 비우량 기업들이 사모사채로 몰리면서 우려가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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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 9월 초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의 수요 예측이 예정돼 있다. 8월 말 SK(AA+), 롯데물산(AA-)을 비롯해 9월 초 SK디스커버리(A), SK이노베이션(AA+), GS리테일(AA)이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한온시스템(AA),대림에너지(A-), 동원엔터프라이즈 (A+)도 9월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9월 회사채 시장에서 대규모의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기업들이 추가로 발행 계획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금리가 낮다보니 장기 만기 채권을 찍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시장 상황이 나아졌을 때 장기 운영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다음달 현대건설은 업계 최초로 10년물을 발행한다. 수요예측에서 목표금액 300억원의 3배가 넘는 1000억원의 수요가 몰렸다. LG이노텍은 26일 처음으로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목표는 300억원이었으나 수요가 몰려 700억원으로 늘렸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크레딧 연구원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회사채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빠르게 축소된 신용스프레드와 대내외 환경을 감안시 섣부른 강세발행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국내 발행사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된다는 의미이며 이는 기업 펀더멘털의 악화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9월 만기도래물량이 많은 점도 수급적으로는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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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