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종목 선정 잡음...'정부가 찍어준 테마주'
'펀딩 어려워질것' 투자 시장 벌써부터 긴장
수십조원 부담 떠안은 대형 금융사, 피로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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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뉴딜 최대 수혜기업은 포르쉐와 벤츠일 겁니다. 정부의 눈 먼 돈이 풀리면 가장 빨리, 눈에 띄게 바뀌는 게 돈 받은 회사 대표의 차거든요." (A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
왜곡에 왜곡을 더하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한국형 뉴딜'이 공매도 금지 연장과 함께 증시 왜곡을 심화시켜 '역대급 거품 붕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안 그래도 기업 수익성 회복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는 현 증시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정책 수혜주' 테마를 만들어내며 비정상적인 쏠림 현상이 심해질 거란 전망이다. 관제펀드 쏠림에 따른 투자시장 구축효과와 돈줄이 된 금융회사의 부담 심화는 결국 국내 금융시장의 기초 체력 자체를 허약하게 만들 거란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3일 발표한 한국형 뉴딜 정책의 효과는 4일 곧바로 나타났다.
전날 미국 나스닥 지수 폭락으로 국내 코스피ㆍ코스닥 역시 큰 폭의 조정을 받았지만, 뉴딜 수혜주로 언급된 회사들은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태양광 대장주'로 불리는 한화솔루션 우선주는 장 초반 상한가로 직행했다. 전날 한국거래소가 '민간 뉴딜' 차원에서 발표한 K-뉴딜 지수 구성종목 중 패시브 자금과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을 덜 받는 중소형주가 주로 급등세를 보였다. 더존비즈온ㆍ펄어비스ㆍ후성ㆍ유비쿼스홀딩스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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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증시는 '경계 구간'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지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업 이익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 연초 155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던 코스피200 영업이익 추정치는 6월 122조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지금도 123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3분기 상장사 이익 전망치 감익 가능성도 언급된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사상 최고치인 13배를 넘나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과잉 유동성을 부동산에서 생산적 부문으로 이동시키겠다'며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170조원에 달하는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증시에도 유입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증시의 투자자들에게 관제펀드 혹은 이에 호응하는 패시브 자금으로 '나중에 주식을 더 비싸게 사줄게'라는 신호를 보낸 것과 다름 없다고 본다"며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로 가격 왜곡이 심화되고 있는 시장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들은 공매도 금지로 인해 국내 증시의 가격 변동성과 거래 비용이 커지고, 가격 발견 기능은 떨어지고 있음을 지적해왔다. 여기에 K-뉴딜 지수 구성종목 발표를 통해 정부가 종목까지 찍어준 모양새가 되며 시장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K-뉴딜 지수 종목 선정에 대한 잡음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표지수격인 BBIG 지수에 편입된 더존비즈온이 대표적이다. 더존비즈온은 세무사무소와 기업에 전사적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업체다. 네이버ㆍ카카오같은 '인터넷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지수에 편입된 케이엠더블유 역시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장비업체로, 인터넷 사업과는 역시 거리가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더존비즈온 최고경영자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춘천고 동문으로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더존비즈온 행사장을 방문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라며 "이미 한국형 뉴딜 극초기 단계부터 수혜주로 언급됐는데, 대표지수에까지 들어갈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관제펀드가 블랙홀처럼 유동성을 빨아들이며 금융시장의 자율적인 부분에 배정돼야할 자금이 사라지는 '구축효과'를 우려하기도 한다.
정부의 뉴딜 정책 발표와 발맞춰 신한금융 28조원, 농협금융 13조원, KB금융ㆍ하나금융ㆍ우리금융 각 10조원 등의 금융권 민간 자금 참여 발표가 나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형 금융회사 수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정책금융기관과 연기금은 뉴딜인프라펀드 등 핵심 투자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투자업계에서는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사태로 얼어붙은 투자금 모집(펀딩)이 더욱 얼어붙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앵커(핵심투자자) 역할을 해야 할 정책금융기관과 연기금, 주요 대형 금융회사들이 수십조원의 자금을 향후 5년간 뉴딜 관련 자금 집행에 할애한다면 자연스레 민간 투자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초대형 사모펀드 일부를 제외하면 자금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며 "돈이 될 만한 곳에 자연스럽게 자금이 흐르지 못하고, 신재생에너지 등 정책과 부합하는 일부 테마로만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기반을 구성하는 대형 금융회사들의 부담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4대 대형금융지주를 비롯해 국내 금융권은 이미 올해 초 채권시장안정펀드ㆍ증권시장안정펀드에 각각 수조원의 자금을 지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입 유동성 지원 역할도 담당했다. 여기에 이어 한국형 뉴딜 펀드에 향후 5년간 70조원의 민간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정부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지급여력(RBC) 비율 등의 위험계수를 조정해 투자관련 부담을 덜어준다는 입장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건전성 수치에 큰 변화가 없게끔 밑작업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결국 금융권이 앞장서 수십조원의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부분은 변함이 없다. 한국형 뉴딜에서 언급한 주요 신사업들에 대한 수익성은 아직 검증된 바 없다. 주요 금융그룹 경영진과 주주들의 피로감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특히 민간 뉴딜펀드의 경우 금융위원회에서 '고수익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금융회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뉴딜펀드 논의 과정에서 '수익성'이 도마위에 오르니, 부족한 부분을 민간 펀드에서 메꿔주어야 한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필승코리아펀드나 소부장펀드는 손실을 면치 못하다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현 시점 기준 50%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걸 예시로 들고 오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말만 '민간 뉴딜펀드'고 정부가 수익성까지 챙겨볼 거라고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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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04일 15:4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