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풍부한 유동성에 선제적 자본확충 나서
기존 주주들, 지분희석에 이사회 영향력 낮아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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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발표된 신한금융지주의 1조1000억원대 증자를 놓고 기존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보통주 혹은 우선주로 참여하는 조건 차이가 너무 커지면서 IMM PE 등 일부 주주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아직 시장에서도 이번 증자에 대한 명분과 목표가 뚜렷이 인지되지 못해 증권사들도 줄줄이 목표 주가를 낮추는등 후폭풍도 적지 않다.
지난 4일 신한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3913만주(1조1582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보통주 유상증자안을 가결했다. 이번 증자에는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가 참여했다. 이번 증자의 목적을 두고 신한금융지주는 "자본확충을 통해 코로나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금융사 M&A 등 글로벌 확대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번 증자의 배경을 '풍부한 유동성'을 이유로 꼽는다.
최근 다수의 글로벌 운용사들은 엄청난 규모의 조단위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해놓았다. 하지만 자금소진 수요는 높은 반면, 마땅한 투자처가 불분명한 상황인데, 최근 금융주 주가들이 큰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면서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2만원대로, 전년대비 반토막 가까이 떨어져 횡보중이다. 주가 수준으로는 역사적 최저점에 해당된다. 이 덕분에 이번에 어퍼너티와 베어링PE는 신한지주 보통주를 주당 2만9600원에 투자하게 된다.
이번 거래는 직전 칼라일이 KB금융에 투자한것과 마찬가지로 최초 교환사채(EB) 발행으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5월 IMM PE가 전환우선주(CPS)를 인수한 사례가 EB발행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상황에서 EB를 발행할 경우 기존 주주인 IMM PE보다 선수위 투자자가 된다는 점에서 EB발행에서 보통주 증자로 방향이 바뀌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실 투자자 입장에서보면 보통주가 자본조달 방식 중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리스크도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 유동성이 풍부한 사모펀드들이 투자를 단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입장에서도 자본확충이란 측면에선 나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신한금융은 주가의 25%의 할인율을 적용해 증자에 나섰다. 자본적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할인율을 높여서 증자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통주를 발행하면서도 주가 대비 할인율이 2%수준 밖에 반영되지 않았다. 주가가 워낙 1년만에 크게 덜어졌고, 코로나 사태에도 금융위기와 달리 유동성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어피너티ㆍ베어링도 역사적 최저점에 신한지주 주요 주주로 나서게 됐다. 이 관계자는 “넘쳐나는 유동성이 만들어낸 딜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신한금융이나 사모펀드 모두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딜이 순조롭게 성사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증자에서 소외된 기존 신한금융지주 주주들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특히 불과 1년 여전인 작년 5월 7500억원을 투입, 신한지주 전환우선주를 인수하며 주주로 참여한 IMM PE는 이번 거래가 달갑지 않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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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증자에 참여한 어피너티ㆍ베어링의 주당 인수가격은 작년에 IMM PE가 우선주를 사들인 가격 (주당 4만2900원)보다 주당 1만3000원이상 낮다. 게다가 이번 증자를 통해 IMM PE의 지분율도 희석되는데다, 어피너티ㆍ베어링이 신한지주 사외이사 추천권 2명을 얻었다는 점에서 이사회 내 영향력도 낮아지게 된다.
통상 이러한 경우 IMM PE 등 투자자들에게도 증자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거래에선 신한금융지주와 어피너티ㆍ베어링PE 간에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에서도 IMM PE가 이번 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IMM PE는 “이번 증자와 관련해서 신한금융 측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며 “추가로 증자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증자에 대한 시각은 아직 시장에서 확립되지 않았다. 다수의 증권사들은 리포트를 통해 이번 증자에 따른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역사적 최저점인 주가 수준에서 증자가 이뤄진 점 ▲주당 순자산가치의 희석이 5%가량 발생한다는 점 ▲총 발행주식수가 약 8% 정도 증가해 동일한 배당성향을 유지한다고 해도 주당배당금이 낮아지는 등이 거론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증자 결정이었다는 점과 주당순자산가치 희석 폭이 5%에 육박하다는 점에서 단기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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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10일 11: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