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안정적 실적에도 주식시장 무관심
다양성 부족한 포트폴리오, 그룹 의지 부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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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택배업체들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물동량 증가 수혜를 입고 있다. 하지만 국내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은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가치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올해 계열사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CJ그룹으로선 '언택트'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었던 '알짜' 계열사의 약세라 더욱 아쉬움이 따른다.
전세계적으로 택배물동량이 크게 늘면서 전통적인 택배업체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 글로벌 택배업체인 페덱스(FedEx)와 UPS는 2분기 택배사업부문 물동량이 각각 전년 동기대비 25.2%, 22.8% 증가했다. 주가도 크게 오르며 9월 신고가를 경신했다. 석달 전인 6월 초와 비교하면 페덱스는 76%, UPS는 67% 올랐다. 일본 1위 사업자인 야마토 주가도 같은 기간 21.5% 올랐다.
글로벌 추세에 맞게 국내 택배 물동량 성장률도 크게 오르며 CJ대한통운도 수혜를 입었다. 평소 5~10% 수준이었던 물동량 성장률은 현재 35%까지 오른 상태다. 시장 점유율이 50%에 가까운 1위 사업자 CJ대한통운이 특히 수혜를 입어 2분기 영업이익도 17% 올랐다.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경쟁사와 비교해 급증한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캐파(CAPA)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가치는 글로벌 동종 기업들 흐름에서 다소 비껴간 모양새다. 16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던 6월 초와 비교해 더 떨어진 15만원대에 현재 거래 중이다.
동종업계 대비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이 주가 상승 걸림돌로 지적받는다. CJ대한통운 담당 한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은 그간 동종기업들 대비 월등히 높은 멀티플을 받아왔다. 올해부터 이익 성장이 뚜렷하게 나오면서 멀티플이 하향안정화 돼 주가가 좀더 오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은 있는데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00배를 상회했고 올해 30배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지만 평균 20배 수준인 UPS나 페덱스 등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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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변동성이 큰 지금 '언택트' 수혜를 입을 옥석인 줄로만 알았지만 실상 투자자들 사이에선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적인 물류 사업자 역할에 그치며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점이 '투자자 무관심'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전통적인 택배업체인 페덱스와 UPS는 항공화물 시장에 뛰어들고 커머스 기업인 쿠팡이 물류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CJ대한통운은 적극적으로 사세를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 특송사인 페덱스와 UPS는 항공화물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미국 등 해외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려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CJ대한통운도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하역·운송·보관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해당 사업부인 글로벌사업부문의 영업이익 규모는 전체의 0.84%에 그치고 있다.
로켓제휴로 택배시장을 넘보는 쿠팡의 존재감도 눈엣가시다. 로켓제휴는 셀러(판매자)가 쿠팡에 로켓제휴를 신청하면 쿠팡이 셀러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기존 쿠팡의 ‘로켓배송’ 유통망을 이용해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쿠팡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택배사업자가 아니지만 직매입으로 위법 요소를 피했다. 기존 택배사업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택배업체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물류업에 대한 CJ그룹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관전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은 처음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글로벌 물류업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의지가 다소 떨어져 보인다. 물론 점유율 50%의 과점회사지만 '1위 사업자' 타이틀에만 만족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독립계가 아니다보니 그룹 내 존재감이나 지원의지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글로벌 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면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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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