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11% 급락…불확실성 확대가 투매 행렬로
정부가 '묻지마' 투자 부추기며 변동성 커졌는데
기관선 정부 외 LG화학이 나서 수습해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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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을 공식화하자 주가는 급락했다. 당장은 LG화학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100% 자회사로 보유하겠지만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불안감은 LG화학 투매로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G화학의 물적분할을 저지해달라는 글까지 등장했다.
통상적이라면 청원감으로 보기 어렵다. 상장사의 경영판단을 두고 정부가 개입할 명분도 없다. 그러나 최근 정부 행보가 2차전지 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를 유발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가 급락을 두고 기관투자가를 비롯해 투자 주체별로 온도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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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LG화학 주가는 전지사업부문 분할결정 공시와 함께 급락해 64만5000원에 마감했다. 전일 LG화학 분할을 위한 이사회 개최 소식이 보도된 이후 이틀만에 11% 이상 하락한 것. 2차전지 업계에서는 지난 2분기 전기차 부문 흑자전환 이후 물적분할 가능성이 상수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전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투자자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LG화학 측은 IPO 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에 달하는 덩치를 고려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배터리 분할 및 상장을 추진하는 태스크포스(TF)가 여전히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상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분위기다. 신설법인은 오는 12월 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정부는 최근 뉴딜펀드의 투자 지표로 BBIG(2차전지·바이오·인터넷·게임) 분야 종목을 선별했다. 한국거래소가 K-뉴딜지수 형태로 지수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겠다고 나서며 마찰도 커지고 있다. 투자금융(IB)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오를 종목을 점지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청원 내용에서도 '뉴빅딜(그린뉴딜)' 종목이라 LG화학에 투자했다는 불만이 담겨 있다.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는 투자자는 '정부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게 됐다'는 논리 자체는 성립하는 셈이다. 투자에 따른 손실 책임이 1차적으로 개인에게 있는 것이 맞다. 청원 내용대로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알아서 잘 굴러가는 사업에 정부가 숟가락을 얹다가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글로벌 기준으로 LG화학에 투자하겠다는 기업, 자본이 줄을 서는 마당에 정부가 거들 필요가 있었나 싶다"라며 "청원 내용을 보면 일반투자자는 지금 물적분할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 못하고 정부가 점지한 종목인데 주가가 떨어지게 됐으니 해결해달라는 반응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도 필수 투자처인 글로벌 1위 배터리셀 제조사 주가가 널뛰기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글로벌 시장 내 배터리 성장성을 감안하면 전지사업 물적분할과 상장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행보가 시장 변동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에선 LG화학이 혼란을 책임지고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 투자전략 담당 한 관계자는 "LG화학의 향후 계획이 회사 가치를 희생하는 방식일지에 대해선 드러난 사실이 없다. 투자자 이익을 희생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가이드라인이라도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있다"라며 "기관 등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관련 문의에 매번 검토 중이라는 LG화학이 괘씸할 수도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IB 업계에 따르면 17일 오후 LG화학 측은 기관 대상 컨퍼런스콜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IPO를 할 경우 어느 시점에 어떤 시장에 할 것인지 등 후속계획과 관련한 내용이 마련됐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위기다. 시장 혼란이 투매지로 이어지니 일반투자자의 불안을 가라앉힐 만한 메시지 역시 시급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위 관계자는 "당장 주가가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를 추측하기보다는 10월 주주총회 전까지 LG화학이 독립 이후 어떤 성장전략을 내놓을지 비전을 투자자와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자본시장이 LG화학 배터리사업부에 러브콜을 보내는 만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경우 불안심리가 빠른 시일 내 잠잠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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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17일 16:0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