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시스템 미비…회사측 '오해일 뿐, 삼성화재 내부 문제'
삼성SDS와 협업 실망감ㆍ그룹내 위상 때문에 잦은 성토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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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는 최근 본사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후 재택근무를 지시했다가 하루 만에 회사 출근으로 방침을 바꾸며 혼선을 겪었다. 막상 전 직원 재택근무를 수행하려다보니 이를 감당할 전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때문이었다.
이 해프닝이 엉뚱하게도 삼성SDS로 튀었다. 직원들은 삼성그룹 내 그룹내 IT 서비스를 주로 맡아온 삼성SDS가 제대로 일을 안한 때문이라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정작 삼성화재나 삼성SDS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이런 과정에서 삼성SDS의 '회사 분할' , '계열사 일감 확보' 등으로 오너 일가에 유리한 과거의 회사 활용도만 또 한번 주목받았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에는 지난주 후반 본사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에 서초보건소와 협력해 방역을 실시, 밀접 접촉자와 접촉 가능자에 검사 절차를 안내했다. 검사자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으며 사태 확산은 조기에 막을 수 있었다.
삼성화재는 코로나 국면에 접어든 후 매일 전 직원에 예방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으나 코로나 확진자 발생 소식은 지난 주말이 되어서야 회사 게시판에 공지됐다. 회사는 토요일에 확진자 판정을 받아 당일 공지했다고 밝혔다.
이후 삼성화재는 각 부서를 통해 본사 직원들에게 곧바로 이어지는 월요일(21일) 재택근무 방침을 알렸다. 이에 직원들은 지침대로 재택 근무에 나섰지만 월요일 오전 상당수 직원들이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었다. 업무용 포털 접속이 되지 않거나 접속하더라도 일부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등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 갑자기 모든 직원의 업무량이 몰리며 서버 용량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화재는 올 초부터 재택근무 시스템을 시험해왔으나 시범 재택근무에 참여한 인원은 부서별로 몇몇이나, 임산부 등 일부에 그쳤다. 최근 2.5단계 거리두기 때에도 특별히 재택근무를 진행하지 않았다. 재택근무 시스템이야 이전에도 갖춰져 있었지만 모든 직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지는 회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결국 삼성화재는 다시 월요일 오전에 전 직원들에게 '회사로 출근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주말 사이 코로나 확산 위험이 줄어든 면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내부 시스템이 사내 전 직원의 외부근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됐다. 하루만에 급작스런 출근 방침 변화로, 지방에 거주 직원들은 급거 상경하거나 연차를 내는 등 어수선했다.
회사 익명 게시판에는 성토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그리고 직원들 상당수는 삼성SDS가 내부적으로 삼성화재 시스템을 관리하는 데 미숙하거나 역량이 부족해서라고 인지하면서 성토를 이어갔다. 한 삼성화재 직원은 “계열사만 일을 맡기려고 고집하다 발생한 촌극으로 보인다”며 “직원들은 왜 지금까지 재택근무를 안했는지 알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런 상황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는 "가상공간 업무프로그램(VDI)은 삼성화재 자체적으로 만들었고. 보안과 운영은 삼성SDS자회사인 보안전문업체 '시큐아이'가 담당하고 있다"며 "재택 근무 준비 등에서 오전 9시 전후로 3000여명이 접속을 하니 과부하가 걸렸고 이후 회사 출근 지시가 이어지니 블라인드 등에 직원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도 "이번에 문제가 된 삼성화재의 가상공간 업무프로그램(VDI)은 삼성화재가 자체 구축한 것이며 솔루션 부분만 씨큐아이가 맡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삼성화재 직원들의 이용량이 몰려서 발생한 트래픽 문제고 삼성SDS가 직접 책임지거나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삼성화재 내부 문제일뿐이며 이를 삼성SDS의 탓으로 보는 것은 오해라는 얘기다.
다만 이런 해프닝에서 삼성SDS에 대한 금융 계열사 직원들의 실망감이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화재ㆍ삼성생명 등과 삼성SDS는 연합을 시도하다가 곤혹을 겪은 이력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들이고 삼성SDS가 개발한 신규 ERP 시스템(S-ERP)을 2017년부터 적용했지만 도입 후 수개월간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았다. 보험료 자동이체 시스템이 먹통이 되거나 보험료가 과다 청구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경험으로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 삼성SDS가 성토 대상이 된 것.
삼성SDS의 성장세와 지위가 확고한 그룹 캡티브 물량으로 계열사들의 IT 투자비용 증가에 따라 생겼다는 점도 이런 인식에 한 몫했다. 그룹 의존도를 따져보면 올 상반기 기준 매출 2조3789억원 가운데 무려 67.5%가 삼성전자 한 곳에서 비롯됐다. 오너 일가에 득이 되기 위해 일감을 몰아준 덕을 봤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삼성SDS의 주요 주주는 ▲삼성전자(22.58%) ▲삼성물산 (17.08%)지만 ▲이재용 부회장(9.2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0%)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3.90%) 등이다. 이로 인해 '일감 몰아주기'로 잦은 비판을 받았다. 그룹 물량을 받아가면서 기업가치가 오르고 이는 상속 재원 마련 등 오너 일가만 유리하게 된다는 것. 오너 일가가 삼성SDS 지분을 활용해 그룹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는 예상도 자주 나왔다. 삼성SDS를 인적분할 해 IT부문을 삼성전자에, 물류부문을 삼성물산에 합병하면 오너 일가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다만 시장 반발이 이어지자 분할 검토 계획은 백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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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22일 15: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