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에도 엄격한 잣대…경영실패 기업 지원에 부정적
25일 차관회의 안건 막판고심…10월중 대규모 지원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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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 연임 후에도 이전처럼 해운사 지원에 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5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 장금상선과 폴라리스 쉬핑 지원안건이 간신히 올라갔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경영에 실패한 선사에 왜 돈을 지원하느냐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선에선 지원을 검토하거나 실행안을 마련하는 데도 애를 먹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11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임직원에 ‘미래지향적’ 노력을 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산업은행은 24일엔 방탄소년단, 기생충 등을 거론하며 지난 10년간의 지원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자평했다. 최근 홍역을 치른 ‘20년 건배사’ 이면엔 정책과 발맞춰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반면 산업은행의 기존 중요 산업에 대한 관심은 적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총대를 메고 있다. 이미 정리된 쌍용자동차 등과는 되도록 엮이지 않으려 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안고 있는 부실기업은 가능한 빨리 정리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한진그룹이나 두산그룹처럼 여기저기 쌓아둔 자산들이 많지 않으면 산업은행과 ‘특별약정’을 맺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잣대가 적용되는 산업 중 하나는 해운업이다. 1등 원양선사이자 이제는 산은의 자회사인 HMM(옛 현대상선) 외엔 관심이 많지 않다는 것. 산업은행 거래처가 아닌 SM그룹 계열 선사는 그렇다치고, 장금상선이나 폴라리스쉬핑 등 중견 선사들에도 산업은행의 문턱은 높았다. 산업은행은 강하게 재무구조를 개선하라 요구하거나 여신을 줄였고 선사 재무담당 임원이 바뀌기라도 하면 산업은행과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냔 시선이 불거지고 있다.
사실 원천적으로 지원 의지가 모호하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신산업에 총력을 다하는 터라 어지간한 유동성 위기 기업엔 시선이 가지 않는다. 부처마다 입장도 제각각이다. 해양수산부야 어느 자금이든 선사에 넣자고 하지만, 그 돈을 만들어야 하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는 탐탁지 않다. 기간산업안정기금조차 ‘쓰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안정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선사들의 재무상태를 따질 때 금융비용은 제외하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지원 기준(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도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동걸 회장이 무리한 선대 확장 등 경영에 실패한 기업에 왜 산업은행 자금이 들어가야 하느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사재출연 등 고통분담은 기본 전제다.
사정이 이러니 중견 선사들은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폴라리스쉬핑과 장금상선은 각각 장기용선계약을 맺은 선박들을 에이치라인해운, SK해운 등에 팔았다. 장금상선 계열사인 시노코페트로케미컬 지분을 활용한 투자유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선사들은 당장 몇 백억원이 모자라 폐선을 고철 시장에 팔거나, 담보인정비율(LTV)이 한국보다 높은 중국에서 선박금융을 일으켰다. 선박금융 중도금을 내기 어려워지자 조선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사례도 있었다.
그러고도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피하기 어려워 선사와 선주협회는 꾸준히 정부와 정책금융에 지원을 호소했다.
정부도 해운업이 기간산업인데다 선사들의 목소리가 강다하 보니 아예 외면하긴 어려웠다. 최근에야 25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 장금상선과 폴라리스쉬핑 지원 안건을 올리기로 뜻을 모았다. 지원 검토 규모는 2000억원대로 거론된다.
한 선박금융 관계자는 “선사들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10월 중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었다”며 “자금을 지원하려면 관계부처 양해가 있어야 하니 차관회의 안건으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은행은 막판까지 차관회의에 지원안을 올리는 것을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 쪽도 이런 지원안에 보수적이긴 하지만 일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지원하자거나 흑자도산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지원 안건을 올리려면 회장에 보고해야 하는데, 워낙 인식이 부정적이다 보니 안건을 꾸리기 쉽지 않았다는 언급들이 나왔다. 이동걸 회장이 현 정부에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를 띠다보니 정부 부처들이 뜻을 모았다고 그에만 따를 수도 없다.
결국 보고를 다듬고 다듬다가 시간이 차일피일 늘어졌을 것이란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이달 들어 정부에 기안기금을 해운업 지원에도 활용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동걸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실무진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의 상황을 감안하면 해운사 지원안이 얼마나 순탄하게 집행될 지 점치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먼저 자구노력을 해주고 있지만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차관 회의는 상황을 공유하는 차원으로 향후 해운사 지원안을 두고 검증과 협의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은 "이번 안건에 대해 따로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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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25일 15: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