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베를린 선점시 유럽공약 '파트너' 도약
배터리데이 '실패론'이 테슬라 위협 과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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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배터리데이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과는 별개로 2차전지 업계의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테슬라의 유럽 생산기지인 베를린 기가팩토리에 납품할 배터리 생산에서 누가 핵심 파트너가 될 지 시장의 관심도 치솟고 있다. 테슬라가 자체생산을 예고했음에도 업계 사이에선 확실하게 연을 맺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는 평이다.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기가팩토리 베를린(기가베를린)에 납품할 원통형 배터리 수주전에서 업체 간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배터리데이 전후로 LG화학과 파나소닉, CATL과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만큼 벌써부터 LG화학을 공급사로 점치는 목소리가 많다.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들어갈 원통형 배터리 공급사로 깜짝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가베를린 공급사로 확정될 경우 테슬라의 유럽공약 공식 파트너로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최대 격전지인 유럽시장 내에서 현지생산 물량이 없다. 이 때문에 ID3를 내세운 폴크스바겐과의 경쟁에서 고전 중이다. 기가베를린이 완공될 경우 차량 선적 및 관세 등 비용절감 만으로도 가격경쟁력을 대폭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가베를린은 물론, 이후 테슬라 공급물량을 둔 경쟁은 4파전으로 확산하고 있다.
2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파나소닉, CATL에 이어 삼성SDI도 테슬라의 원통형 배터리 공급을 위한 입찰경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 스타트업이 주력으로 채택하고 있는 하이니켈계 21700 사이즈 원통형 배터리는 LG화학과 삼성SDI, 파나소닉이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과 LG화학은 과거 루시드나 리비안 등 신생 전기차 업체의 수주전에서도 경쟁한 바 있다.
사실상 한·중·일 3국의 선두 배터리 업체가 모두 테슬라를 두고 경쟁에 뛰어든 모양새다. 2차전지 업계 한 관계자는 "테슬라와 결별설이 돌던 파나소닉도 입장을 선회해 테슬라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라며 "기가베를린이 배터리데이에서 밝혀진 4680 사이즈 대형 원통배터리를 채택할 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요 업체는 이미 양산 가능성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LG화학은 내년 중국 남경공장의 증설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차전지 업계에선 남경공장 물량이 테슬라에 공급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LG화학이 독일 현지공장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된다. LG화학 측은 기가베를린 공급계약과 관련해 "고객사와의 계약 사실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기가베를린 수주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테슬라가 배터리 공급사에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해온 탓에 보수적인 수주전략을 펼쳐온 삼성SDI와 궁합이 맞지 않을 거란 그간의 분석과 대조적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미 삼성SDI가 테슬라와 수주계약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결국 원통형 배터리에 강점을 지닌 삼성SDI가 LG화학과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 확산하고 있는 배터리데이 '실패론'이 테슬라의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테슬라를 둔 수주경쟁은 2차전지 업계보다 완성차 업체에 더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큰 틀에서 배터리데이의 내용이 원가절감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세부적으로 완성차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내용이 많이 담겼다. 테슬라가 장기적으로 3TWh 규모 자체생산 능력을 확충하겠다고 한 만큼 2차전지 업체와의 협상력에서도 앞서갈 가능성이 있다.
2차전지 업계 한 관계자는 "100만마일 배터리나 전고체 배터리를 발표한 게 아니라서 속빈 강정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이라며 "제조업체에게 원가절감 만큼 큰 혁신이 없다. 사실상 경쟁업체가 따라올 수 없게 만들겠다는 얘기인데, 기대 이상의 파격을 주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로 돌리는 건 방향을 한참 잘못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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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2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