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도 "상장 당일 수익 실현" 목소리 많아
카카오게임즈로 유입된 예탁금, 증시 유입은 물음표
유동성 장세 원군 역할? '썰물처럼 빠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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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기업공개(IPO) 공모 청약에 몰린 58조원의 시중자금은 유동성 장세의 '원군'이 될 수 있을까. 자금의 성격상 증시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진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빅히트 청약자금 대부분은 '비교적 높은 확률의 단기 차익'을 원하는 안전지향성 자금이라는 게 증권가 복수 관계자의 평가다. 이 자금이 계속 증시 주변에 남아 고위험 투자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상장 이후 약세를 보이며 이 같은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6일 마감된 빅히트의 일반배정분 청약경쟁률은 607대 1이었다. 1억원 청약시 증거금률(50%)을 감안하면 2주, 27만원어치가 배정된다. 투자자들의 바람대로 빅히트가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100% 높은 값으로 결정된 후 30% 상한가 도달)을 간다면, 43만2000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빅히트 상장 첫날 따상시 배정 주식수를 고려하면 투자원금 대비 0.4% 정도의 수익이 예상되는데, 투자 기간이 2주 정도임을 감안하면 연환산 수익률은 10%가 넘는다"며 "공모주 투자를 '승산 높은 안전 자산'으로 생각하고 상장 당일 주가가 오르면 수익 실현을 하겠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최근 공모주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전형적인 '불안 장세'로 해석한다.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을 뚫지 못하고 급락과 반등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특정한 주도 섹터 없이 외부 이벤트에 따라 종목별 순환매가 이뤄지며 피로감이 누적된 투자자들이 비교적 불안감이 덜한 공모주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공모주 쏠림 현상은 상승장의 막바지에 관측되는 특징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코스닥을 중심으로 증시가 급등한 후 횡보했던 지난 2018 상반기에도 공모가가 희망가 밴드의 최상단 이상으로 결정되고, 청약경쟁률이 1000대 1을 돌파하는 사례가 속출했었다. 이후 증시가 급락하고, 공모주조차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자 2018년 하반기 공모주 시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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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카카오게임즈 상장의 여파로 투자자들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는 분석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첫날 따상까진 성공했지만, 이후 10거래일간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진을 뺐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카카오게임즈 청약 땐 SK바이오팜 '따따따상'(따상 이후 2연속 상한가)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했지만,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타며 기대감이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빅히트 상장 당일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시작되면 수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투자자 예탁금이 지난달 9일 이후 한 달만에 다시 58조원을 돌파하며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을 점치기도 한다. 빅히트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증시에 모여든 자금이 증시 재상승의 마중물이 되어줄 거란 희망이다.
한 달전을 돌아보면 이런 전망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카카오게임즈 청약 환불일 직후 일주일간 7조원, 한 달간 10조원의 예탁금이 빠져나갔다. 애초에 10조원은 카카오게임즈 청약에만 관심 있었을 뿐, 증시에 남을 자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카카오게임즈 청약 한 달전 대비 투자자예탁금 규모가 절대치 기준으로 10조원가량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늘어난 유동성은 정말 증시로 유입된걸까.
카카오게임즈 청약금 환불 후 일주일간 코스피ㆍ코스닥 지수는 1%에 미치지 못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달 말까지로 시야를 넓히며 오히려 양대 지수가 10% 가까이 조정을 받았다. 9월 4일부터 30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ㆍ코스닥에서 7조원가량을 순매수했는데, 올초부터 9월 말까지의 개인 전체 순매수 규모가 58조8000억원, 매달 평균 순매수액이 6조5300억여원이었음을 고려하면 특출나게 매수세가 늘었다고 해석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지금의 50조원대 예탁금 규모에도 카카오게임즈 이후 빅히트 청약까지 생각한 수요가 상당부분 끼어있을 것"이라며 "빅히트 이후 눈에 띄는 빅딜이 없는데다 증시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만큼, 예탁금 규모도 SK바이오팜 청약 이전인 40조원대 초반으로 곧 돌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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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07일 14: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