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자금소요 대응 전략
배당 금지, 고용유지 까다로운 지원 조건
産銀 영향력 확대에 한진칼 경영권 분쟁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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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산업은행에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을 신청할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업황이 무너진 상황에서 내년도 자금 소요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산은과 기안기금 신청 시기와 규모, 조건 등을 두고 협의를 진행중이다. 회사는 관련 협의를 마치고 이르면 이달 내 신청을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시국에서도 대한항공은 화물 운송 실적의 증가로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알짜사업으로 꼽히는 기내식사업부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면서 1조원대의 유동성을 확보, 자체적인 생존전략을 짰다. 다만 자산매각 후보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고, 왕산마리나와 국내 호텔 등 자산 매각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현금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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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올해 8월부터 내년 2월까지 항공기 금융리스(산업은행·HSBC·NH투자증권 등) 및 차입금 상환을 위해 지난 7월 1조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 이후 유입된 자금 가운데 현재까지 5600억원가량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고, 내년 2월까지 6500억원 이상의 상환계획이 세워진 상태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져 항공산업이 제자리를 찾아간다면 상황은 반전하겠지만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1조원 이상의 회사채와 6100억원가량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만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현금확보가 절실하다. 회사채 등급 BBB+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려있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관들이 북클로징(장부마감)에 돌입하면서 차환발행 성패도 장담할 수 없다.
신종자본증권 이자율 부담 증가도 고려해야 한다.
2017~2018년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대부분 2040년 이후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내년부터 조기상환(콜옵션)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이자율이 가산하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포함돼 있다. 발행금리가 약 5% 이상이고 여기에 이자율이 가산하면 자금 부담은 현재보다 훨씬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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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자구안으로 코로나 상황을 타개하려던 대한항공이 조건이 까다로운 기안기금 신청을 고려하는 것은 상당한 자금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항공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을 받아 차입 구조를 안정적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기안기금을 신청할 경우 한진그룹에 대한 산은의 영향력은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기안기금을 지원받은 기업과의 이익공유를 목적으로 지원금액의 최소 10%를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다. 기업은 6개월간 고용유지 조건, 모회사에 대한 이익배당 금지, 자사주 매입 금지 등과 같은 제약을 받는다. 산은은 기안기금 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제주항공 등 항공업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산은의 대한항공 지원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미칠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기안기금 지원 시 대한항공의 한진칼 이익배당이 원천적으로 금지되고, 경영상에도 상당한 제약을 받기 때문에 조원태 회장과 주주연합의 손익계산서도 바뀌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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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12일 15:1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