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에어부산 자금지원은 묵인
이스타 회생절차 코앞, 티웨이 증자도 미지수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면허 취소 D-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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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밝혔듯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 기간산업안정자금을 받거나 정부의 지원이 약속된 비교적 덩치큰 항공사들과 달리, 모회사가 없는 LCC들은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다. 당장 내년 초부터 LCC 업체들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다.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은 기내식 사업부 매각 및 유상증자를 통해 자체적으로 현금을 마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을 받았다. 이에 한진그룹에 속한 진에어는 약 1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은 약 89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사실 기안기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모회사 및 계열회사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불가능하지만,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예외로 인정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제주항공은 올해 한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나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지 않음에 따라 여전히 사업적인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325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231억원까지 급감했다. 업황이 호전되지 않는 이상 끌어들인 현금을 소진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말 “제주항공이 기안기금을 신청하면 지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부도 마땅히 손 댈 방안이 없는 대한항공과 진에어, 산업은행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제 2호 기안기금 지원대상이 유력한 제주항공은 그나마 한 숨 돌렸지만, 나머지 항공사들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국적항공사 두 곳(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에만 정부가 콕 찝어 지원을 예고한만큼 나머지 항공사들의 생존 여부는 더 불투명해졌다”며 “결국 수년 내 업계 선두권 업체 몇몇만 남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토교통부에 국제·국내 항공 운송사업자로 등록된 항공사는 총 12곳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당장 내년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경영권 인수가 무산된 이스타항공은 이미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동걸 회장 또한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기 때문에 직접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칙론을 강조했고,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7월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투자 수요가 크게 못미쳐 계획을 철회했다. 현재는 다시 668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모회사인 티웨이홀딩스는 증자 참여를 위해 3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예고했다. 증시에 몰린 대기자금이 상당히 많지만 항공 업황의 호전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상증자 및 BW 발행의 성공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유상증자에 성공한다하더라도 현 상황이 지속되면 제주항공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제 막 취항했거나 비행기도 띄워보지 못한 신생 항공사들은 자연스러운 퇴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취항한 플라이강원은 공동대표를 포함한 임원 9명이 사퇴했다. 230여명의 직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무급 휴직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8억원 남짓이지만 1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초 400억원이었던 자본금은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자본총계는 20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강원도의 자체적인 자금 지원 또는 M&A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항공면허를 취득한 에어프레미아는 아직 정부로부터 운항증명(AOC)를 받지 못했다. AOC는 안전운항을 위한 조직·인력·정비 등의 체계를 갖추기 위한 면허의 일종이다. 같은 날 항공면허를 등록한 에어로케이도 마찬가지다. 항공면허를 취득한지 2년 내에 취항하지 못한 항공사는 항공면허가 취소된다.
5곳이 넘는 LCC들이 기업회생절차, M&A, 청산 등의 조치가 예고되면서 항공업계의 구도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의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기업들이 1순위 구조조정 대상인데, 그동안 과당경쟁의 질타를 받아온 항공업계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정부와 산업은행의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같은 모회사가 직접 지원이 가능한 기업에도 기안기금 지원을 검토하고, 기안기금으로 자회사를 살리는 에어부산 같은 예외 사례들을 볼 때 정부가 확실히 생존을 담보한 항공사들의 리스트를 어느 정도 추려볼 수 있다”며 “항공 면허를 풀어주면서 과열 경쟁을 이끌었던 국토부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산업은행이 금융 논리로 산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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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