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전 실적발표 통해 非배터리 부각 가능성
가려져 있던 전통의 '생명과학' 사업부에 주목
배터리 바라는 주주에 '꿩대신 닭'으로 비칠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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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이달 말 전지사업부 분할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배터리 빈자리 매우기가 과제로 떠올랐다. 주총 전 실적발표회를 통해 그간 가려져 있던 생명과학 사업부 가치를 재조명하는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지사업부 물적분할에 대한 투자자 불만과 주주가치 하락 우려가 여전한 만큼 고민이 깊은 분위기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3분기 실적발표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려고 한다. 10월30일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어 20일을 전후해 실적발표회를 갖는 방안이 거론된다. 실적발표회가 일종의 사업보고 성격이라 주총 전 대외소통 창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를 위시해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배터리사업 물적분할을 둘러싼 LG화학의 대응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불만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우선 배터리 분할 및 상장계획에 대해 투자자와 소통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갑작스런 분할결정 공시 이후 기업가치에 근본적 변화가 없음에도 대거 투매와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폭락 이후 외국인투자자가 유입됐지만 아직까지 주가는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LG화학이 계속해서 배터리 사업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느냐를 두고 시장이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LG화학 내부적으로는 기존 사업부 가치를 재조명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전해진다.
LG화학은 지난 이사회 소집 이후 주주 및 투자자 대상 발표회에서 "전지 외 사업부에도 성장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신설 LG에너지솔루션(가칭)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사업부의 가치를 키워 성장성을 확대하겠다는 이야기다.
투자금융(IB)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이 배터리 물적분할에 쏠려 있더라도 전략적으로는 기존 사업부를 부각시키는 것이 맞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LG화학이 신설 배터리법인을 직접 지배할 것이란 메시지에 집중할 경우 비배터리 부문이 들러리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생명과학 사업부 가치를 재조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생명과학 사업부는 지난 2017년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며 출범했다. 출신 인력 상당수가 코스닥 내 주력 바이오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벤처캐피탈(VC) 업계로 진출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일종의 '사관학교' 평가를 받는다. 삼성과 SK 등 주요그룹 바이오 계열사에 비해 오랜 업력을 인정받는 편이지만 기업가치 측면에서는 배터리와 화학사업부에 가려졌다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금융투자 업계에서 분할 전 LG화학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생명과학 사업부는 장부가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편이었다. 내년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시장 전망치(컨센서스)가 1500억원 안팎에 형성돼 있지만 LG화학 전체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인 1조원에서 2조원대에 불과하다. 아직 적자를 기록 중인 SK바이오팜이 시가 기준 11조원대 평가를 받는 것과 대비된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과거 흡수합병 당시 LG화학의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연구개발(R&D) 투자규모를 연간 50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전지사업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라며 "현재 성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또다른 아이템인 만큼 배터리 공백을 채우기 위해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실적반등에 성공한 석유화학 부문에서 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 가능성 등도 제기된다.
LG화학 주주들이 얼마나 호응할 지는 미지수다. 타 사업부문에서 주주가치 확대가 가능하다는 설명에도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것은 배터리의 성장성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배터리만 바라보는 주주들한테는 '꿩 대신 닭' 격의 달래기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라며 "결국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분사 및 상장 계획을 마련해 LG화학과 신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절연될 수 있다는 불안을 잠재울 필요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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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1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