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막'인 실적 하락하면 건전성 악화
실적 회복여부·신규투자 조절 등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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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이 적극적인 신사업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재무부담 관리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다. 그룹 차원의 차입금이 많은 편이지만 지금까지는 사업 경쟁력에 기반한 실적으로 신용 위험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로 실적 변수가 커지면서 향후 투자금 소요와 동시에 실적 부진이 나타나면 재무 건전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효성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해 수소사업,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신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탄소섬유 생산설비 증설, 독일 린데(Linde)그룹과 액화수소 공장 설립 추진, 수소 충전소 및 충전시스템 보급 사업 확대와 더불어 글로벌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까지 뛰어들 계획이다.
이에 대응하는 유동성 확보도 한창이다. 올해 말 지주사 체제 마무리를 위한 효성캐피탈 매각이 마무리될 예정이고, 미국판매법인(HICO)와 안양공장부지 일부 매각도 전망된다. 최근 계열사인 효성티앤에스가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본격 상장 작업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장기적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신규 투자는 불가피하다. 다만 신사업 매출이 가시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미 누적된 차임금이 많은 상태라 재무부담 관리가 필요하단 평가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본능은 있겠지만 재무적 관점에선 사실상 현재 상황에서 신규투자를 크게 늘리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며 “효성은 분할 전에도 차입금이 꽤 많은 그룹이었고, 분할 후 일부 회사는 부담이 더 높아진 상태다. 재무부담 관리를 위해서는 신규투자 속도조절과 더불어 실적이 반등 추이가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이) 수소 산업 얘기를 많이 하고 있긴 하지만 주체가 누가 될지는 정확히 얘기를 하지 않아서 불확실해 보인다”며 “신규투자로 인한 부담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태인데, 사업이 확실한 다른 계열사들에 비해 지주사가 딱히 이렇다 할 사업을 하는 것이 없어서 주체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는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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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높은 차입금 수준에도 계열사들의 실적이 잘 나오면서 신용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됐지만, 실적이 꺾이면 재무부담이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영향으로 올해는 전반적인 영업환경이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실적을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는지가 크레딧 관리의 관건으로 꼽힌다.
효성그룹은 올해 거의 전 계열사가 코로나로 인한 실적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상반기 주요 4개 계열사(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티앤씨, 효성화학)의 합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3.0%나 감소했다.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고정비가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상반기 효성티앤씨는 영업이익이 45%가량 감소했고, 효성첨단소재는 적자 전환했다. 효성화학은 매출액 감소폭은 작았지만 영업익이 78.6% 감소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수요 급감이 근본적으로 사업의 펀더멘탈에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섬유부문의 스판덱스, 산업자재부문의 PET 타이어코드가 세계 1위의 시장지위를 갖고 있고, 중공업에서는 초고압변압기·차단기가 국내 1위의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도 하반기 들어 다소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신증설 투자, 사업장 인수 등이 이어지면서 그룹의 재무부담은 지난 몇 년간 크게 늘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금융부문을 제외한 그룹 순차입금은 2018년 말 5조9000억원에서 2019년 말 7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238.2%, 총차입금/EBITDA는 4.5배 수준이다.
효성그룹은 2018년 6월 중공업/건설, 산업자재, 섬유/무역, 화학 부문이 인적분할되면서 각 부문으로 차입금이 이관됐다. 현재 그룹의 산업자재와 섬유, 화학 부문 차입금의존도는 60% 내외로 높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중공업/건설, 지주/정보통신(효성) 부문은 비교적 양호한 재무안정성 지표를 보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그룹의 차입금 부담이 과중한 수준으로, 사업역량 제고를 위한 신증설 투자 등이 누적돼 온 결과 계열사의 합산 재무레버리지 지표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효성캐피탈 매각, 계열사 IPO 등을 통해 그룹 재무부담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나 코로나로 인한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하에서 대규모 CAPEX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EBITDA가 창출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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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