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다변화, 장기 투자자 모집 전략으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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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사업부문 분사를 계획하고 있는 LG화학이 해외 국부펀드를 대상으로 신설회사에 대한 투자유치를 검토한다. 신설회사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만큼 투자자의 다변화를 꾀하고 장기투자자 유치를 통해 안정적인 경영 전략을 세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물적분할을 추진중인 LG에너지솔루션(現전지사업부문;자동차전지·ESS전지·소형전지)의 투자유치 대상으로 해외 국부펀드를 후보로 검토중이다. 아직 주주총회 승인을 비롯한 분할 완료까지 계획된 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자문사 등은 선정하지 않은 상태로 전해진다.
LG화학의 분할 소식과 함께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한 것과는 반대로, 신설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투자자들과 IB업계의 관심은 상당히 뜨겁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LG그룹을 고객으로 모시기 위한 경쟁은 물론이고, 국내외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대형 자동차용 배터리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수요도 상당히 많다.
LG화학 측은 지난 컨퍼런스콜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가 가능하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상장전투자유치(Pre-IPO) 유치 계획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주주반발을 잠재우고 물적분할의 성공까지는 갈길이 아직 멀다. 하지만 LG화학이 폭발적인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고, 자본조달 창구를 다양화한다는 전략을 세운다면 IPO와 이에 앞선 일부 투자 유치 또한 충분히 고려할만한 선택지라는 평가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주주들의 불만이 상당히 많은 상태에서 자회사의 IPO와 투자유치 전략을 설명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외국계IB는 물론이고 상당한 자금을 갖고 있는 국내외 PEF들 또한 다양한 제안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분할 확정 후 구체적인 전략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 및 전략적투자자(SI), 여느때보다 유동성이 PEF들보다 해외 국부펀드들이 투자유치 우선순위로 떠오르는 것은 상대적으로 경영에 간섭을 덜 받는 장기적 투자자를 끌어드리려는 의도라는 평가다. 다만 LG화학이 주주들에게 IPO 이후 지분율을 7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확약 했기 때문에 투자 유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의 국내 투자는 활발한 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배달의민족·야놀자 등에 투자한 싱가포르투자청(GIC)을 비롯해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TP), 플로리다연금(SBA Florida), 캐나다연기금(CPPIB)·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브리티시컬럼비아주투자공사(BCI) 등은 국내 주요 대기업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면서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CPFG의 올 상반기 수익률이 마이너스(-) 3.4%를, 테마섹은 약 30조원의 평가손실을 입었을 정도로 주요 국부펀드·연기금들의 수익률은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이 때문에 잠재적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석유시대의 종말이 가까워지면서 중동지역 국부펀드들의 공격적인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중동 국부펀드들은 과거 석유화학, 정유 산업 등 전통적인 투자에서 벗어나 최근엔 IT·헬스케어·미래차 등 신사업 분야까지 투자 반경을 넓히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UAE)의 ADIA, 쿠웨이트투자청(KAI), 사우디아라비아 SAMA 및 PIF, 카타르투자청(QIA)가 대표적이다.
LG화학이 해외 파트너를 맞이하기 위해선 일단 주주총회에서 안건 통과가 선행돼야 한다. 물적분할은 전체 주식수의 33.3%, 주총참석주식의 66.7%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 사안이다. ㈜LG의 지분율이 30%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은 주총 통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LG화학 측은 해외 국부펀드 투자유치 검토와 관련해 기존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한 “IPO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고, 외부 투자유치는 현재 계획이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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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08일 10: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