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고객들 신용불량자로 몰릴 위기
금융위에선 금융위원장 눈치에 P2P 이야기도 꺼내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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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만 해도 '혁신금융'이라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한껏 치켜세우던 P2P금융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제도권 진입을 앞두고 예고없이 투자한도가 축소되는 등 강력한 규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팝펀딩 사태’로 난처해진 금융위원장 눈치를 살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10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P2P금융업법, 이하 온투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랜 시간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영업 근거를 두고 있던 P2P금융사들도 정식 제도권 금융권으로 편입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해당 법령은 P2P금융업자가 여신업과 자산관리업을 하기 위해 준수해야하는 최소 자기자본 조건을 포함한 다양한 인적물적 요건과 내부통제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온투업법 시행에 앞서 금융위가 지난 7월 발표한 강력한 행정지도가 먼저 시행되며 P2P금융사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법으로 규정된 규제요인들을 충족하기 위해 P2P금융업체들의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금융위가 행정지도인 'P2P대출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우회 규제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P2P업계에서는 해당 규제를 두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대표적으로 업계 상위업체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사업모델로 평가받던 '구조화 상품'의 취급이 전면 금지됐다. 최근 그 연장선상으로 유권해석을 통해 은행 등 제휴여신기관에 담보를 주고, 이를 기반으로 대출을 하거나 대출 계약 실행을 제3자에게 맡기는 영업 방식마저 막혔다. 이는 P2P 투자자 입장에선 사실상 은행과 거래를 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라는점에서 투자의 안정성이 높은 상품이란 평가가 많았지만, 이젠 금지된 것이다.
투자한도도 온투업법에선 전체 투자금액 3000만원, 부동산 관련 대출은 1000만원으로 규정했지만, 가이드라인에선 이에 한참 못미지치는 업체당 1000만원, 부동산은 500만원으로 축소했다. P2P업체들은 당장 들어오는 투자금이 급격히 축소되니 기존에 나간 정상대출의 만기 연장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만기가 연장될 것으로 예상했던 대출자들은 P2P업체들의 모집여력부족으로 갑작스레 신용불량 상태에 빠질 위험에 노출 된 것이다.
한 P2P업체 관계자는 "법제화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논의되었던 사안들에 대한 갑작스런 금지 조치가 당황스럽다"며 "단순히 거래액 축소로 경영악화가 생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상적인 대출자들에게서 신용경색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개인대출자의 경우 신용등급이나 담보에 문제가 없어 연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자금모집이 안되어 강제로 신용불량에 빠지거나 대부업체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며 "부동산PF사업장의 경우 공사비, 금융비 등 사업비가 필요한 시기 모집되지 않아 정상적인 현장도 사업이 망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산업 자체가 고사될만한 강력한 규제를 ▲법적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를 통해 도입하며 ▲업계와의 소통이나 규제 영향성 평가 없이 진행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P2P업체에서는 '일부 부실 P2P업체들의 문제로 인해 온투법 개정에 맞춰서 제도권 내에서 영업을 준비하던 정상 P2P업체들이 하루아침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P2P업계에서 수 차례 의견을 전달했지만, 금융위는 묵묵부답인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내부에선 ‘P2P’란 단어조차도 금기어라는 말이 나온다. 그 이유로는 팝펀딩사태가 거론된다.
지난 7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향해 ‘팝펀딩 사기에 놀아났나’는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P2P 업체인 팝펀딩은 허위담보를 바탕으로 한 대출 돌려막기(폰지) 사건으로 문제가 된 업체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해 11월, 은 위원장이 업체를 방문해 팝펀딩을 '혁신금융 업체'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대출사기가 드러나면서 은 위원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금융위 내부에서 P2P 이야기만 나와도 금융위원장이 ‘경기’를 일으킨다는 소문이 금융권 이곳 저곳에서 흘러나온다. 일련의 강력한 규제도 이런 분위기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생기면 일단은 없애고 보자는 식의 규제가 P2P업체에도 적용됐다”라며 “P2P업체가 기존 대부업체 보다 낮은 금리로 저신용자에 여신을 제공했던 순기능이 있는데 사건 사례만 보고 업계를 고사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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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