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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시대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어떠한 모습으로 바뀔까?
친환경 자동차 시대로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시점, 그리고 그룹 내부적으로 아직 풀지 못한 과제가 산적한 상태에서 정 회장의 어깨는 무거워 보인다. 정 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한 지난 5년, 현대차그룹은 상당히 많은 변화를 겪었고 향후 5년은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의선 회장, 그리고 현대차그룹에 놓인 가장 큰 숙제는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를 어떻게 구축해나가느냐’이다. 최근까지는 수소전지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렸지만, 이젠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실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변화에 편승하지 못할 경우 만년 저평가 받는 가치주, 기대감이 잔뜩 반영된 성장주라는 평가 모두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모호한 뉴딜에 기업가치 2배 껑충…낮은 PBR의 가치주임을 증명해야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붕괴했고 현대차의 순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역설적으로 회사 주가는 3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변수보다 앞으로 변하게 될 자동차 산업, 그 중심에 현대차가 앞장 설 수 있다는 기대감 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대차의 대표 사업모델인 ‘수소차’의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아직은 실체가 모호한 그린 뉴딜 정책에서 현대차의 예상 역할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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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시장 유동성도 주가 상승의 주요한 원인이지만 이 '파티'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규제, 미국 대선을 비롯한 불확실성이 대두하며 끝날 조짐을 보인다. 현대차의 위치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6배로 일본 토요타(Toyota)와 유사하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의 대표 브랜드인 테슬라(Tesla)의 PBR은 20배 수준이다. 다만 전통적인 기업평가방식인 PBR만으로 기업가치를 논하기는 어렵다. 지속적으로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는 결과물들이 등장해야 현재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더 힘을 받는다.
친환경 패러다임 선점이 핵심…국내외 엇박자는 걸림돌
현대차의 친환경 자동차의 생산은 급격하게 늘었다. 올 3분기 친환경차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과 유사하지만 아직은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량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다.
현대차 실적을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은 내수 판매이다. 현대차의 생산구조도 국내에 집중돼 있다. 친환경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해선 국내의 사업구조 재편이 가장 시급하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전기차에 발맞춘 정책적인 뒷받침, 인프라의 구축이 턱없이 모자르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를 43만여대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누적 전기차 보급은 9만여대 수준이다. 해마다 11만4000대 이상의 전기차를 보급해야 한다. 수요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충전 인프라는 또 다른 얘기다.
정부가 내연기관 퇴출과 같은 강력한 정책을 마련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기준 전세계 14개 국가, 20개 이상의 도시에서 2030~2040년까지 내연기관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캘리포니아·뉴욕 등 미국 주요도시와 중국도 동참했다.
현대차의 국내 점유율이 70%를 넘지만 정부 입장에선 고용 효과 측면에서 GM대우·쌍용자동차를 외면할 수는 없다. 실제로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인력은 내연기관 생산인력의 절반도 안된다. 현대차 노조 또한 현실을 인지하기에 과거와 같은 협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시장만을 목표로 회사 체질을 바꾸긴 쉽지 않다. 국내 생산라인을 비롯해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이 수반돼야 하는데 글로벌 시장의 주력은 전기차, 국내는 여전히 내연기관에 머무르고 있다. 엇박자를 내며 비효율적인 사업구조를 갖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수소전지차, 전기차 분야에서 상당히 발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생산과 판매 그리고 실적까지 연결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정부의 정책적 지지를 얻어 더욱 빠르게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을 압도하기까지는 아직은 시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공급처 다변화에 사활…수소차와 전기차 밸런스도 중요
미래차·친환경 자동차의 핵심은 배터리다.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단기적으로는 그룹 차원에서 기술의 내재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는 대신 국내에서 SK이노베이션, LG화학, 삼성SDI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배터리 시장과 손잡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은 현재까지 포화상태라고 하긴 어렵지만 약 3년 이내에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에 현지 배터리 생산업체 CATL을 공급라인으로 채택하고 있다. 현재는 추가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CATL과 긴밀히 협의를 진행하면서 해당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할 가능성도 있다”며 “현대차는 각 생산 거점에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CATL 은 글로벌 판매처 다변화를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현대차에 큰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친환경차량의 한 축을 담당했던 수소전지차에 대한 입지를 좁아질 수 있다. 현대차는 수소차 글로벌 세계 1위 업체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상용화, 보급 단계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 자칫 지금의 성능을 크게 뛰어넘는 차세대 배터리가 등장하면 수소차 수요는 사라질 수도 있다.
국내 금융지주 한 연구원은 “차세대 배터리의 개발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수소차의 보급을 논하긴 상당히 이르다”며 “현대차 또한 이 같은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소 분야에 전력을 다하기 보다는 수소차량의 비중은 상용차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전히 풀지못한 지배구조개편…사업 재편과 맞물린 체질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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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이 승진하기 전부터 현대차는 이미 정 회장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남은 과제는 정몽구 명예회장 보유 주식의 승계 방식이다.
막대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선 정의선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정 회장은 그룹의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주식을 0.3%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어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성장이 중요하다. 관련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현대차는 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과거부터 중고차 판매 사업을 진행해 왔다. 소비자를 상대로 한 대대적인 중고차 판매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형태를 비쳐볼 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기아차 또한 일정수준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사업적 연관성·시너지 등을 고려하면 현대글로비스가 주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을 선언한 것은 단순한 시장 진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자동차는 내연기관이란 굴레를 벗어나 점점 진화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컴퓨터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다. 자율주행차량의 보급이 가시화하면 소프트웨어와 보안·안전에 대한 중요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중고차의 거래가 단순한 기계를 사고 파는 과거의 형태가 아닌 인증과 사후관리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정부도 일정부분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가 새로운 사업군에 앞장 설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중고차 산업에 종사한 인력들에 대해 현대차가 어떤 상생 방안을 만들어 낼 지가 관건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사례만 봐도 현대차의 사업재편과 지배구조개편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 회장이 확실한 전권(全權)을 쥔 이상,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의 조정도 꾸준히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주력사업에 대한 선택, 비주력 사업에 대한 통폐합 및 M&A 등이 정 회장의 안정적인 지분 확보라는 이해관계와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선 인적·조직 재편도 동시에 일어난다.
일단 과거의 내연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업군에 대한 합병 가능성이 거론된다. 내연기관의 엔진과 변속기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동차의 경량화, 즉 철강 제품에 대한 수요 예측에 따라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철강-비철강 제품의 포트폴리오 조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전기차, 수소차의 보급에서 반드시 선행돼야 할 작업은 인프라 구축이다. 커넥티드카, 즉 통신기술이 결합된 미래차에선 차량과 다양한 건축물들과의 통신도 가능하다. 일명 스마트시티로 일컬어지는 미래차가 달리는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선 과거 전통산업으로만 여겨졌던 ‘건설’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질 수 있다.
자동차와 금융의 관계도 밀접하다. 현대차 또한 카드·캐피탈·증권 등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신차든 중고차든 자동차 구매 과정에서 캐피탈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결제시스템 보급을 위해선 카드의 역할도 부각할 수 있다. 시장 지위가 애매한 증권업은 모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분간 현대차그룹은 그동안의 크고 작은 투자의 결실을 기다리는 시간을 벌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간 앱티브(Aptiv)와의 합작법인, 리막(Rimac)과 같은 굵직한 투자를 진행했고, 전략기술본부를 중심으로 글로벌 스타트업과 손잡았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대기업들이 현금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또한 내년도 투자예산을 줄이고 긴축 정책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누구보다도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는데 더 공을 들여야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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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19일 07:00 게재]
입력 2020.10.20 07:00|수정 2020.10.21 0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