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적자전환…연간기준 실적 반토막 전망
빅배스 통한 새출발…정의선 시대 '책임경영'
총수 교체 직후 석연치 않은 비용이란 비판도
-
현대·기아자동차가 3조3600억원의 품질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한다. 2018년 3분기 이후 동일 엔진에 3년 연속으로 추가 충당금을 설정하는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 충당금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연간실적이 반토막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19일 현대·기아차는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를 열고 각각 2조1000억원, 1조2600억원의 엔진 품질 개선 비용을 3분기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한다고 공시했다. 대상 엔진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된 세타2 GDI·MPI·HEV 엔진과 감마 GDI, 누우 GDI 등으로 화재사고가 발생한 전기차 모델과는 무관하다.
현대차 측은 "기존 추정보다 엔진 교환율이 상승했고 차량 운행기간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평생보증을 약속한 만큼 추가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8년 3분기와 2019년 3분기에도 세타2 엔진에 추가 충당금을 설정한 바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엔진 품질 관련 충당금은 약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현대·기아차의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도 각사의 영업이익 역시 절반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장 마감 이후 충당금 반영 소식이 알려지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간 외 단일가는 각각 -4.17%, -4.93% 하락했다.
긍정적으로 볼 경우 이번 '빅배스(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반영해 위험요인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회계기법)'는 정의선 회장 체제 출범을 상징하는 책임경영이란 평가가 나온다. 세타2 엔진이 지난 수년 동안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만큼 충당금이 상시화하는 리스크는 소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의선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품질경영과 고객만족을 화두로 제시했다.
지난 2018년 현대차그룹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문제 제기로 세타2 엔진 판매차량을 대상으로 KSDS(엔진 진동감지 시스템)을 적용해왔다. 당시 엔진 전량을 교체하라는 강제 리콜이 결정되기 전에 KSDS 방식으로 선제대응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맞은편에선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증권사 자동차 담당 한 연구원은 "수년간 지속된 3분기 충당금 반영으로 어닝쇼크가 연례 행사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라며 "세타2 엔진이 쏘나타, 그랜져, 싼타페, K7 등 주력 볼륨차종에 판매됐기 때문에 관련 불확실성을 한 번에 털고 새출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비용 반영을 경영권 교체 시점과 연관지어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의선 회장의 승진 선임 직후 주가가 휘청일 정도의 충당금 설정이 이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날 기업설명회 질의응답 시간에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성을 묻는 질문이 제기됐고 현대차 측이 관련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퇴진과 정의선 회장 시대 공식화에도 아직까지 지배구조 개편과 지분 승계가 완료되지 않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그룹 핵심계열사 지분을 어떻게 하는지가 핵심이다. 조단위 충당금 반영은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상속세는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사용기간을 기존 12년6개월에서 19년6개월로 늘리고 기타 엔진에 국내 시장까지 적용범위를 대폭 늘렸다. 품질비용과 관련해 반영할 수 있는 모든 이유를 다 끌어모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난해 양사 합쳐서 1조원의 비용을 반영했을 때도 추가 충당금 반영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올해 세 배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주주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0일 10:0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