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대응따라 각 사별 차별화 드러날듯
해외 실물·기업투자, "잠재 위험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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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 문제가 금융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특히 해외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해외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려 온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관련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한해를 좌지우지하는 코로나 영향이 실제 '숫자'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증권사별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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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터진 파생결합증권 관련 증권사 유동성 이슈는 다소 잠잠해졌다. 이후 금융시장 회복, 증권사 실적 반등으로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 올해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 등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이 전망된다.
높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고려하면 유동성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부 요인에 따라 유동성 부담이 급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특히 외화 유동성 관리 중요성이 높아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유동성갭(유동성자산-유동성부채) 대비 자체헤지 파생결합증권의 비율이 각각 109%, 105%로 유동성 위험에 상대적으로 크게 노출된 상태다. 대형사 평균인 48%를 크게 상회한다.
신용평가 업계는 이들의 일부 지표가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기업평가는 한국투자증권의 등급 하향 트리거로 ‘수정NCR이 150% 미만이고, 조정레버리지 비율이 6배를 초과하는 수준 지속’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수정 NCR과 조정레버리지비율이 각각 148%, 8.3배로 트리거에 근접해 있어 신용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유동성비율 및 조정유동성비율과 파생결합증권 익스포저 수준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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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과 관련해 무엇보다 ‘해외 투자자산’을 주목하고 있다. 신평업계의 집계에 따르면 초대형 IB 5개사 합산 기준으로 2020년 6월말 기준 전체 해외투자 자산(외화 익스포저)은 약 20조원에 달한다. 자산 구성은 해외법인 지분출자, 주식, 채권 및 수익증권 등 다양하다. 해외투자 자산은 지난해 연간 약 7조원이 증가했지만, 올해는 코로나 발발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
해외 부동산 부실화 가능성이 뇌관으로 떠올랐다. 국내 증권사들은 2017년 이후 경쟁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렸다. 특히 지난해 초대형 IB의 공격적 영업이 이뤄졌다. 대형 7개사(미래에셋, NH, 한국, 삼성, KB, 메리츠, 신한, 하나)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증권사 보유 펀드, 우발부채, 대출 등 모두 포함)의 약 60%가 2019~2020년에 취급됐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존 익스포저의 손실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대형 7개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의 약 84%가 북미와 유럽에 분포한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의 기초자산도 오피스,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에 쏠려있다. 해당 지역에 코로나 확산이 늘면서 공실률이 높아졌고, 해당 익스포저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산정) 부담도 커졌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가장 큰 리스크는 해외자산의 불확실성이다. 지난 몇 년간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왔는데 내년 시장 상황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응에 따라 앞으로 2~3년간 각 사별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해외 호텔이나 오피스 등 상업 자산 가치는 매수 당시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고, 코로나가 더 장기화하면 가치 반영시 건전성이 나빠지거나 손실이 발생해 이슈가 커질 수 있다"며 "장부상으로 자산을 장기 보유하는지, 팔려고 하는데 안 팔린건지 세부적인 확인은 힘들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초대형 IB 포함 국내 증권사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중순위 혹은 후순위로 들어간 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투자손실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미매각 익스포저 부담은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코로나 영향으로 해외 실사가 어려워지고 가치가 하락하면서 해외부동산 매각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택 근무 증가로 인한 오피스 공실 증가와 여행 감소로 인한 리조트·호텔 이용률 감소 등의 변화가 자산가치 하락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재로서는 명확히 미매각 매물을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 각 회사의 개별 매각 계획, 진행 상황 등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자산을 보유한 이상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고, 언젠가는 결국 투자회수(exit)를 해야하는 만큼 제때 청산을 하지 못하면 한꺼번에 부담이 몰려올 수 있다.
각 증권사의 운영위험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위험요인으로 남아있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사모펀드 판매 관련 이슈, 미래에셋대우의 M&A(인수합병) 및 중국 안방보험과의 소송전 등이 꼽힌다. 건전성 지표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경영상의 주요 이슈인 만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해외 실물은 물론이고 해외 기업 투자도 많이 해왔는데, 수익으로 실현될 가능성도 높지만 담보가 없는만큼 위험도 크고, 지금 시장의 방향성 자체가 녹록지 않은 만큼 변동성이 상당히 크다. 하나금융투자도 국내 쪽은 괜찮은데 해외에 투자해 온 실물 자산이 많아서 해외 쪽이 유일한 리스크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계 IB들은 최근 기업 도산이 많아지면서 충당금 이슈가 상당히 커진 상태다. 국내 증권사들이 투자자산에 대한 자산손상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고, 당장 단기적으로 방법론에 저촉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호흡을 두고 보수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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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