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못한 IB들 3년 동안 딜해도 거래규모 맞추기 힘들어
그나마 빅3 IB들 참여 못한 것은 위안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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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사의 낸드 사업 부문 전체를 10조3천억원에 인수한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IB들의 희비가 갈렸다. 해당 딜에 참여한 IB 딜은 보안유지에 성공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국내 최대 M&A를 성사시켰다는 기쁨을 맛본 반면, 거래에 참여하지 못한 IB들은 ‘최악의 하루’란 평가가 나왔다.
이번 거래의 매각자문은 BOA메릴린치가, 인수자문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담당했다. 두 회사 모두 미국과 한국팀이 이번 딜을 만들어냈다. 미국의 반도체 팀이 해당 딜의 기회를 발견했고, 한국 IB 팀은 SK하이닉스와의 거래를 주도했다. 해당 거래는 1년 이상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중간 중간에 여러 고비도 있었지만 보안유지에 성공했다.
법무자문에선 SK하이닉스는 김앤장과 미국 로펌인 스캐든(Skadden)이, 인텔은 미국 LA의 소재를 둔 로펌인 멍거 톨레스(Munger Tolles)가 참여했다. 김앤장은 현대차의 미국 앱티브사와의 JV설립, 셀트리온의 다케다제약 아태지역 사업부 인수에 이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문 인수까지 대기업 크로스보더 딜 독식을 이어갔다.
이번 거래에서 한국 IB들은 미국 현지 팀을 데리고 직접 SK하이닉스 공장에 방문하는 등 거래 성사에 역할을 담당했다. 삼성전자가 반독점법에 따라 인수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를 데려데려 온 점이 거래 성사에 주요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매각의사를 파악하고 SK하이닉스와의 접촉을 한국팀들이 주도해왔으며 SK하이닉스도 오래전부터 인텔의 낸드반도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터라 거래가 순조롭게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거래에 참여하지 못한 IB들은 씁쓸한 표정이다.
글로벌 IB들도 이번 거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전격적으로 진행될지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계약당일을 전후해서야 거래 성사여부를 파악했다.
그나마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ㆍJP모건 등 이른바 미국계 빅3 IB들은 3곳 가운데 어느 곳도 이번 거래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위안거리로 삼는 분위기다. 해당 3사는 글로벌 M&A 자문시장을 놓고 매년 업치락 뒤치락 경쟁을 벌이고 있다. 3사 중 한 곳이라도 매각이나 인수자문에 포함됐을 경우 한국 IB팀은 문책을 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평가다.
아울러 이들 회사들은 본사 차원에서 몇 안되는 글로벌 반도체 회사 '자문'을 상당수 맡고 있다보니 이해상충 문제로 인해 거래에 참여하기 어려운 부분도 컸다.
한 글로벌 IB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 자문의 경우 다른 거래에 참여할 경우 이해상충 이슈로 딜 참여에 제약이 많다”라며 “그럼에도 계약성사가 이렇게 발빠르게 이뤄질지는 예상치 못했다”라고 말했다.
IB들 사이에선 이번 거래로 인해 3년간의 '리그리테이블 메우기'는 물건너갔다란 평가가 나왔다. 10조원 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3년간 자문실적을 쌓아도 10조원을 채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리그테이블 대형 거래로는 푸르덴셜생명 매각(2조2650억원),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매각(1조3000억원), 신한금융지주 증자(1조1562억원) 등 3조원을 넘는 거래도 찾기 힘들다. 4년전 삼성전자가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거래 정도가 이번 거래에 견줄만하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이해상충 문제로 딜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한국팀 입장에선 국내 최대 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은 평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이번 거래에 참여하지 못한 IB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조단위 거래 자문에 대한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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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0일 15: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