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관계 회사 키옥시아 지분 인수 시 SK하이닉스 동의 얻어야
베인캐피탈 컨소시엄 LP 투자 한 지분 IPO로 회수
회수한 자금 인텔 인수자금으로 활용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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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10조원 규모의 인텔 메모리 부문을 인수하며 단숨에 낸드메모리 시장 2위 자리에 올랐다. 이번 딜 성사의 ‘치트키’는 2018년에 SK하이닉스가 단행한 '도시바 낸드메모리'(이하 키옥시아) 투자였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투자로 다른 낸드업체 대비 향후 낸드 경쟁지형 재편의 주도권을 쥐는 동시에, 추후 IPO를 통해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년전 베인케피탈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키옥시아 인수대금 약 20조원 중 에쿼티(Equity)로 4조원을 투자했다.
당시 해당 투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경영에 참여 할 수 없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하니 SK하이닉스가 얻을 득실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나마 추후 키옥시아의 지분 확대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당시 인수를 바탕으로 향후 낸드메모리 산업 재편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 마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글로벌 낸드메모리 분야는 삼성전자(점유율 33.8%), 키옥시아(17.6%), 웨스턴디지털(13.9%), SK하이닉스(12.2%), 마이크론(11.2%), 인텔(10.6%)로 구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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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2017년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 인수에 나섰다.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점유율 면에서 세계1위 삼성전자 턱 밑까지 추격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SK하이닉스에겐 사실상 낸드메모리 포기를 의미하기도 했다. 낸드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2강 체제로 재편되면 SK하이닉스는 그저 그런 군소업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한 방책으로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 지분투자가 진행됐다.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에 2.7조원 가량을 투자해 LP(출자자)로써 지분 31%를, 나머지 1.3조원으로 키옥시아 지분 15%를 직접 확보했다.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투자를 단행하면서 다른 낸드 반도체 업체 대비 향후 낸드사업의 합종연횡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 인텔 낸드사업 인수까지 단행되면서 삼성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경쟁업체들의 움직임을 봉쇄시키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일단 키옥시아를 나중에 어디로 팔 것이냐부터 SK하이닉스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키옥시아 인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없지만,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가 키옥시아 지분투자를 할 경우 회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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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다른 경쟁사의 시장확대도 곤란해졌다. 우선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발표 이후, 마이크론도 업계 재편측면에서 움직여야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딱히 마땅치 않은 상태다.
이미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조인트벤처(JV)을 설립하고 낸드플레시 메모리를 공동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마이크론이 웨스턴디지털 인수에 나선다면 키옥시아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주주로 있는 키옥시아가 해당 딜을 동의할 필요성이 없다. 게다가 중국이 낸드 메모리 시장에 진입하면서 미국 업체인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의 합병에 적극 반대할 공산이 크다.
유일하게 합종연횡이 가능한 대상이었던 인텔의 메모리 부문을 SK하이닉스가 인수하면서 중국 업체가 치고 올라오기 전까지 업계의 지형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순으로 고정이 됐다. 향후 생존경쟁에서 SK하이닉스는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합종연횡에는 '마침표'를 찍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자금 조달에서도 키옥시아 투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옥시아는 지난 10월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을 전면 백지화했다. 베인케피탈 컨소시엄의 기대 수준보다 낮은 가치를 인정 받아서란 평가가 나왔다. 현재 키옥시아의 기업가치는 약 3조엔(약33조원) 정도가 거론된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내년 상장이 재추진될 수 있다.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에 4조원을 투자한 SK하이닉스는 IPO 과정에서 베인컨소시엄에 LP 투자한 지분을 구주매출 해 인텔 인수자금에 활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직접 보유한 지분 15%는 전략적 지분으로 계속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웨이 규제 등 산업 여건이 좋지 않아 IPO 시기나 벨류에이션이 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얼마 정도의 인텔 메모리 부문 인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 관계자는 “키옥시아 IPO가 제대로 된 벨류에이션을 인정받을 경우 일부 지분 매각으로도 수조원 이상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이다”라며 “여기에다 외부 차입을 통해 인수대금의 절반가량을 조달할 경우 인수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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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2일 12: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