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주요 주주'
매수청구가 3심 진행중...지분은 이미 매각
잘못된 정보에 '삼성그룹 수혜주'로 묶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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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타계 소식과 맞물려 증시에 비이성적인 투기 행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5년 전 삼성물산에 투자했던 이력이 재조명되며 제약회사인 일성신약의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일성신약은 이미 2015년 삼성물산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하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현재 보유 주식 수는 1000여주에 불과하다.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일부 잘못된 채널을 통해 정보가 유포되며 단타를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성신약은 26일 개장 직후 9만5000원까지 급등하며 전 거래일 대비 21% 이상 상승했다. 오전 중에도 내내 10%대 상승세를 보였다. 전일 이건희 회장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삼성물산이 급등하자 덩달아 오른 것으로 보인다.
오후 들어 일성신약 주가는 상승폭을 대부분 내주며 전일 대비 2% 상승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중 최고가에 주식을 매수했다면 불과 5시간만에 16%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물산 주가가 전 거래일(10만4000원) 대비 19% 이상 오른 12만4000원대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과는 별개의 모습이다.
일성신약 주가가 삼성그룹 소식에 오르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성신약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상속·승계가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덩달아 주목받아 왔다.
일성신약은 2004년부터 과거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하기 시작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할 당시 지분 2.06%를 보유하고 있었다. 보유 주식 수는 300만주가 훌쩍 넘었다. 합병안이 가시화하기 직전인 2014년말 기준 일성신약이 보유한 양사 지분가치는 2030억원 이상으로 취득가(약 640억원)의 세 배까지 불어났다.
일성신약은 지난 2015년 8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전량(2.06%)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현재 일성신약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은 2014년말 단순투자 목적으로 7500만원에 취득한 1414주(0.00%)에 불과하다. 올해 반기 기준 장부가액으로 약 1억6400만원으로 평가돼 있다.
취득 시점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차익을 냈지만 하루만에 주가가 10% 가까이 상승할 정도의 호재는 아니다. 과거 합병 추진 당시처럼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존재감을 드리울 정도로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주말 이건희 회장 타계 소식이 전해진 이후, 증권 게시판 등 일부 신뢰할 수 없는 채널로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의 3대 주주'라는 등의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일어난 상황으로 풀이된다.
물론 삼성물산과의 인연이 완전히 정리된 건 아니다. 일성신약이 삼성물산 관련 테마주로 떠오른 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재판 때문으로 분석된다. 5년이 지난 현재도 일성신약은 여전히 삼성물산과 주식매수청구가격 조정을 두고 3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으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최소 금액으로 1893억여원을 미수채권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소송은 일성신약이 '너무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았다'며 차액을 보전해달라는 내용이다.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다고 해도 주식이 돌아오는 건 아니다. 금전적 이득이 일부 주가에 반영될 순 있겠지만,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는 아예 겹치는 부분이 없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내 지배구조 변화나 배당, 주가 방향성을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대부분 있었던 이야기의 반복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증시 내 삼성그룹 존재감이 큰 만큼 관련 테마주도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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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6일 14:3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