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현금 상속세 재원 활용 가능...3남매도 7500억원 받아
연부연납시 연 1.7조 부담...현 배당 규모 기준 4조 부족
계열사 배당 연간 1.4조면 해결 가능...삼성전자 증액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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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이후 6년간 최대주주 일가가 삼성그룹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총액이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남매의 연간 배당금 수령액은 2015년 200억여원대에서 2018년 2000억원 가까운 수준으로 8배 늘었다. 이 자금이 10조원이 넘는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회장은 병중에도 6년간 2조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 현금도 일가에게 상속되면 동시에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을 감안할 때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지분 상속은 연간 5000억여원에 가까운 현금 창출 능력을 물려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 배당으로 확보가능한 현금만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세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부족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배당액을 무한정 늘리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26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최근 6년 배당금 수령 현황에 따르면 이 회장과 부인 홍라희 여사,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2015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삼성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총 3조253억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
이건희 회장의 수령액이 1조982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배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을 가장 많이(보통주 4.18%, 우선주 0.08%) 보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2018년 3719억원 등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로부터 수령한 배당금만 최근 6년간 1조4383억원에 이른다.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은 같은 기간 5340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에서 2303억원을 수령했고, 삼성전자 지분 0.7%에서도 2424억원의 배당금이 나왔다. 이부진 사장ㆍ이서현 이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SDS로부터 6년간 각각 983억원을 배당으로 받았다. 삼성전자 지분만 일부 보유하고 있는 홍라희 여사도 총 3124억원의 배당을 수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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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후 삼성그룹의 승계 이슈가 전면으로 급부상했다. 당시에도 10조원대로 추정됐던 상속세가 가장 큰 화두였다. 상속세 이슈가 핵심이 된 상황에서, 2015년 이후 배당금은 대부분 납세를 위한 마중물로 남겨두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이 쓰러졌던 2015년 당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배당액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는 현실화됐다. 50분의 1 액면분할 적용 기준 2015년 주당 410원이었던 삼성전자 배당금은 2018년 1492원으로 급증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일제히 주당 배당액을 크게 높였다.
2015년 이건희 회장 일가의 총 배당 수령액은 2241억원이었지만, 불과 3년 후인 2018년엔 7438억원으로 3.3배 늘어났다.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의 수령액만 따지면 2015년 248억원에서 2018년 1965억원으로 8배 늘어났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 예상 분기배당을 포함하면, 3남매의 올해 배당금 수령액은 198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경신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수준의 배당을 꾸준히 유지했고, 삼성SDS의 배당액이 결산배당 기준 주당 2400원으로 2015년 500원 대비 4.8배 늘어난 덕분이다.
만약 일각에서 기대하는대로 올해 말 삼성전자에서 주당 1300원대 특별배당까지 감행한다면 올해 한 해에만 2500억원 이상의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발표한 '2018~2020년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최소 50%를 주주들에게 나눠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건희 회장 명의로 6년간 받은 배당금 2조원은 이재용 부회장 등 남은 가족이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50% 상속세를 내도 1조원 가량의 현금이 남는다. 이 현금에 3남매가 그간 배당으로 받은 현금만 합쳐도 1조7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현 시점에서 이건희 회장 보유 지분의 가치를 감안한 예상 상속세 총액은 10조6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5년간 연부연납시 첫 해에 1조7600억원을 납부한 뒤, 이후 매년 1조7600억원씩 납입해야 한다. 상속 및 증여세법상 이건희 회장 자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 및 납부기한은 내년 4월 말이다. 이 때 첫 납부가 이뤄지고, 이후 5년간 나눠 낼 수 있다. 2026년 4월까지 납부가 이뤄지게 된다.
현재 보유 현금과 이건희 회장 현금 상속으로 일단 첫 상속세 납부는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남은 8조8000억원을 5년간 어떻게 나누어 내느냐다. 현 시점에서 이건희 회장 보유 지분의 연간 배당 수령액은 5000억원에 조금 못 미친다. 이 지분을 상속하면 연간 5000억원 가량의 현금 창출력을 가족들이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이를 포함해도 연간 총 배당액은 현재 주당 배당금 기준으로 최대 8000억원 수준이다. 사실상 내년부터 상속세 납입이 시작되기 때문에, 가족들은 연부연납 기간동안 총 6년치의 배당을 확보할 수 있다. 연 8000억원 가정시 4조8000억원 규모다.
부족분은 총 4조원 가량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 등이 보유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하거나,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배당을 늘려 메꿀 수밖에 없다.
이론상으로는 가족이 이건희 회장 지분을 모두 상속받은 뒤, 연간 1조4000억원 수준의 배당을 받으면 배당만으로 상속세를 모두 납부할 수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2021년부터 현재의 2배인 주당 2816원(연간)의 배당을 감행하면, 남은 가족들의 연간 배당 수령액은 1조25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뛰어오른다.
다만 삼성전자가 현 시점에서 배당액을 지금 이상으로 올리는 건 선택이 쉽지 않은 문제다. 삼성전자는 이미 연간 10조원에 가까운 배당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예상 연간 순이익이 27조원 안팎임을 고려하면 배당성향이 이미 35%에 달한다. 다만 반도체 호황 등으로 연간 순이익이 2018년처럼 다시 40조원대로 올라간다면, 그만큼 여력이 생길 수 있다.
현 지배구조의 중심축이자 3남매가 고루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의 경우 이미 배당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월 '2020~2022년 배당정책'을 통해 현재 주당 2000원인 배당금을 최저한도로 하고, 관계사 배당 수익의 재배당률을 높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현재 삼성물산에서 받는 연간 배당액은 연간 1179억원 수준이다. 이번 배당정책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등은 연 250억~300억원의 추가 배당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 계산은 기존의 현금 보유 규모를 감안하지 않은 분석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공익법인 등으로의 지분 분산을 통해 상속세 규모 자체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상속세 부담을 나눠 지기 위해서라도 이재용 부회장 단독 상속보다는 가족 분할 상속에 무게가 실린다"며 "현재 배당금만으로는 연 1조7000억원대 부담을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삼성SDS나 삼성물산 일부 지분 매각설 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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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6일 14: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