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성장 위해 물적분할 '불가피하다'가 컨센서스
상장계획은 구체화 이전…주가하락 외 근거 부족
위원회 구성부터 '개미 눈치' 불신의 배경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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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이 수탁자 책임을 경시하고 재벌의 이익을 우선시한 결과가 다수 개인의 불신으로 이어져 자력구제의 동학개미운동으로 나타났다. 나름 이 전략이 성공한 듯하다"(A 수탁자책임위원회 한국노총 추천 위원)
얼마 전 한 수탁자책임위원회 위원이 언론을 통해 밝힌 소신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책위는 LG화학의 물적분할 계획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지분 희석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다. 논리만 따져보면 분할 상장하면 주가가 떨어지니 덮어놓고 무효를 주장하는 단기투자자 목소리와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말 기준 LG화학 주식 10.2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임시주주총회를 3일 앞두고 수책위가 분할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자 LG화학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LG화학을 비롯한 금융투자 업계 내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 전반의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놓고서 정작 '동학개미 입'만 쳐다보고 신경 썼다는 비판을 받을 상황이다.
비록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시장 전반에서 인식됐다. LG화학은 거의 모든 전기차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배터리 수주잔량만 150조원 이상이다. 전기차 외 글로벌 친환경에너지 전환 추세와 연간 배터리 수요 증가세를 고려하면 LG화학은 한해 3조원 이상의 생산설비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외부투자금을 유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투자유치에 적합한 형태로 지배구조 개편은 필수적이다. 결국 이번 주총은 물적분할을 통해 독립된 배터리 신설법인을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두어 회사의 미래 성장전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투자유치의 중간 과정이다.
하지만 인적분할을 하게 되면 LG화학의 기존 주주들, 특히 주가 상승을 노리고 매입한 소액주주들에게 당장은 희소식이지만 중장기적으로 회사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기회를 잃게 된다.
수책위 의견을 따르자면 배터리 신설법인이 상장할 경우 혹시라도 LG화학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 안에서 성장전략을 모색하라는 이야기가 된다. 분할결정 공시 이후 LG화학 투매에 나선 개인투자자들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리는 내놓지 못했다. '인적분할'을 통해서 투자를 유치한다고 할 경우, 현재 30%에 불과한 LG그룹 지분율이 절대적으로 떨어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 LG화학에 대한 그룹의 경영권이 위협받게 된다. 그러니 외부 투자 유치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된다.
달리 말해 인적분할을 선택해 그 사이 주가가 오르고 개인투자자 등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단타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회사로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저간의 사정과 무관하게 수책위는 개인투자자의 불만이나 불안을 대변하고 단기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기구처럼 행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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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책위의 판단을 뒷받침할 근거도 부족하다.
수책위는 지분 희석 우려를 이야기했지만, 이번 임시주총은 분할계획 승인에 대해 주주의 의견을 묻는 자리다. LG화학 내부에서도 아직까지 신설법인을 언제, 어느 지역에 상장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수차례 밝혔다. 상장이 현실화할 경우에도 LG화학의 지배력은 70~80%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언젠가는 상장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 1년 동안은 LG화학의 본질가치에는 변화가 없다. 만약 이 과정에서 LG화학이 신설법인의 주식을 싼 값에 넘기는 식의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를 진행하는 등 약속을 어길 경우엔 주주행동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투자자에 대한 LG화학의 소통에 미흡함이 있다면 국민연금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절차 상의 조건도 충분히 마련돼 있다.
이러다 보니 수책위 논리가 "동학개미 눈치를 본 것"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따져보면 국민연금 수책위 위원 구성부터가 이런 불신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현재 수책위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기금운용위원회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금운용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단체로부터 3명씩 추천을 받아 위원을 구성한다. 균형 있는 결정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기금의 경영참여 역시 민주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의도와 다르게 수책위의 전문성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기업 지배구조 관련 한 전문가는 "과거 기금위의 전문성과 독립성 부족 문제로 상근위원을 포함하는 수책위가 마련됐는데 이익집단 대표가 표결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다가 대리인이 표결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라며 "소규모 노사정 합의체가 공적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좌우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니 자칫 700조원 규모 세계 최대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주주권이 편협하게 행사되고 있다는 우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책위는 이런 의결권 행사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수책위의 회의록은 열람이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이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좀 더 구체적인 근거와 함께 회의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수책위 회의록은 국회 상임위원회 의결로 요청은 할 수 있지만 국회에도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정보공개청구는 불가능하며 국정감사에도 수책위 회의록은 나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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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8일 16:4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