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스마트폰 수요회복에 반도체도 '선방'
전통적 약세인 4분기 수익성은 전 부문 '불투명'
향후 주주환원 잔여재원·방침은 해 넘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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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스마트폰과 가전에서 보복소비를 흡수한 데다 반도체 부문도 기존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실적을 나타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은 연말까지 바닥을 다질 것으로 예상돼 4분기 실적 전망은 다소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관심은 이미 내년 반도체 시황으로 넘어가고 있다.
29일 삼성전자는 2020년 3분기 연결 매출액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66조96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과 가전에서 주요제품 판매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8%대 성장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12조35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18.4%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난 8일 발표한 잠정실적보다 높은 수치지만 스마트폰과 세트 수요 회복세가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분석에 부합하는 결과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시설투자는 35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시설투자(약 29조원)보다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매년 10월마다 3분기 실적발표와 함게 연간 시설투자 내역을 공시해왔다.
세부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의 선단공정 전환과 메모리·비메모리 생산설비 증설 투자 확대로 반도체 시설투자에만 28조9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6조원 이상 늘었다. 디스플레이 역시 주력인 대면적 QD 디스플레이 증설에 4.3조원을 투입해 확장세로 돌아섰다. 최근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 업황이 트이고 있다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3분기 실적은 코로나 이후 펜트업(억눌린) 수요를 성공적으로 흡수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회복세가 두드러진 스마트폰과 세트 부문은 4분기 수익성이 다소 둔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분기 모바일(IM)과 가전(CE) 부문에서 각각 4조4500억원, 1조5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8800만대로 전 분기 대비 약 50% 증가했다. 갤럭시 노트20과 신규 폼팩터인 Z폴드2 등 플래그십 모델 출시와 소비 심리 회복세가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연말로 갈 수록 경쟁이 심화하며 마케팅 비용 증가 등 영향으로 4분기 수익성은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부문은 전통적으로 4분기가 계절적 성수기로 분류된다. 프리미엄 가전의 최대 수요처인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 확산이 재개되며 과거와 같은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판매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판매 확대가 반도체 실적 선방으로 이어졌지만 서버 수요의 본격적인 회복세는 내년 이후를 기다려야 한다. 4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바닥을 다질 것이란 이야기다.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5조5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내년도 증설투자 계획에선 지난해 연간 실적발표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체적인 메모리 반도체 투자금액은 올해보다 증가할 것이지만 설비투자 규모는 시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해나갈 것"이라며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는 4분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환산 출하량 증가율)가 한자릿수 초반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최근 낸드메모리 사업에서 10조원대 인수합병(M&A)를 성사시켰지만 낸드 사업에서의 전략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3분기에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시장은 내년을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 감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8년에는 3분기 17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직후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대로 급락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도 지난 8일 잠정실적 발표 때와 달리 실적발표회 이후 2%대 안팎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부문 별로 수익성 확대와 함께 내년에는 서버향 메모리 반도체의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지만 주가에 반영되는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다"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호실적을 발표해도 당일 주가는 하락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타계와 함께 배당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잔여재원과 향후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입장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3분기 주당 354원을 배당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1~2분기와 마찬가지로 연간 9조6000억원의 배당재원에서 4분의 1 수준을 이번 분기에 배당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 주주환원 정책에서 잔여재원은 아직까지 수치가 불확실한 상황이고 향후 주주환원 정책 역시 코로나 등 불확실성이 높아 검토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며 "내년 1월 연간 실적발표회 때 주주환원 잔여재원과 향후 배당정책에 대해 설명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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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9일 14:3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