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직상장 1호 몸값 3000억·PER 14배
식음료 프랜차이즈 성장성 우려 뚫고 '선방'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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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에프앤비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들이 보호예수(lock-up;락업)에 매우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모가는 공모희망가 밴드 최상단에서 결정됐지만, 상장 후 최소 15일 이상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겠다는 참여 물량은 전체 수요예측 참여 신청 수의 4%에 불과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교촌에프앤비 지난달 말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주당 1만2300원으로 확정한다고 공시했다. 총 모집 금액은 713억여원이다. 오는 3일~4일 일반청약을 진행하고 1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일단 양적인 수요예측 결과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장기 성장성 우려를 둟고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총 1109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은 999.44대1을 기록했다. 참여 기관 중 공모가 상단을 초과해 신청한 수량은 전체의 91.6%에 달했다.
질적으로는 흥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수요예측 참여 물량 34억7800만주 중 락업을 제시한 물량은 1억3600만주, 전체 수량 중 3.9%에 불과했다. 기간 별로는 15일 0.6%, 1개월 1.22%, 3개월 0.8%, 6개월 1.3%였다.
올 상반기 SK바이오팜 공모 청약 땐 락업 비율이 81.2%에 달했다. 카카오게임즈는 58.6%였다.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하락 이후 기대감이 상당부분 꺾인 와중에 공모를 진행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락업 비율은 43.9%를 기록했다. 3.9%의 락업비율은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락업 비율이 낮으면 상장 직후부터 기관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빅히트 역시 상장 직후 락업을 걸지 않았던 3~4대 주주 지분이 매물로 나오며 주가가 급락했다. 물론 총 모집 주식 수가 580만주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단 락업을 제시한 기관부터 주식을 먼저 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주식 배정은 주관사의 영역이다.
문제는 교촌에프앤비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우호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관이 중장기 투자보다는, 상장이라는 이벤트에 기댄 단기투자 종목으로 교촌에프앤비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까닭이다.
빅히트 주가 급락 이후 기관들이 공모주 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을 거란 평가다.
이번에 결정된 공모가는 향후 식음료 프랜차이즈 기업가치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는 교촌에프앤비 시가총액을 주가순이익비율(PER) 16.1배를 적용한 3880억원, 주당 1만5403원으로 평가했다. 확정 공모가는 여기에 할인율 20.15%를 적용한 수준이다. PER 기준 14배 안팎이다.
프랜차이즈 업태에 대한 수익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모가 확정까지는 선방한 편이지만, 최근 공모주 시장의 어려운 흐름을 감안하면 상장 이후 주가가 어떤 모습을 보일 진 전망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발행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유통시장 역시 최근 유럽 2차 펜데믹(감염병 대유행)과 미국 대통령선거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교촌에프앤비는 프랜차이즈 직상장 첫 주자로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의 기준점을 세웠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시장의 시선은 내년 중 상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로 이미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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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02일 16: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