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온 비롯한 신작 흥행 여부가 기업가치 가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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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개발사 크래프톤의 상장을 앞두고 예상 기업가치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어급’ 상장으로 꼽히며 기대를 모았지만 신작 ‘엘리온’을 비롯한 차기작의 흥행여부에 따라 크래프톤의 몸값이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크래프톤은 여전히 글로벌 1위 배틀로얄 게임으로 유명한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 대박도 모바일 배그의 대성공이 밑바탕이 됐다. 문제는 배그의 게임으로서의 수명이다. PC온라인, 모바일 버전 모두 분기 매출이 감소 추세다. 결국 엘리온을 비롯해 차기작이 배그 수준의 글로벌 히트를 기록해야 30조원 이상으로 언급되는 기업가치가 정당화 될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관사단을 선정 완료한 크래프톤의 예상 시가총액은 30조원을 웃돈다. 논리는 단순하다. 크래프톤의 상반기 순이익 4049억원을 연간으로 환산해 카카오게임즈 상장 당시 주가수익비율(PER) 34.9배를 곱한 값이다.
주관사단을 비롯해 장외시장 일각에서는 40조~50조원을 거론하기도 한다. 카카오게임즈의 PER을 적용하는 건 크래프톤을 과소 평가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게임즈의 수익 구조는 퍼블리싱(게임유통)에 치우쳐있다.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20% 안팎에 그친다. 반면 크래프톤은 개발회사다. 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 영업이익률이 33%,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58%에 달한다. 수익성이 퍼블리싱 위주의 회사보다 훨씬 좋은 셈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카카오게임즈보다 프리미엄을 얹어주면 40조 이상도 거뜬하다는 식이다.
이런 논리의 바탕엔 '크래프톤의 수익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당장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8000억원, 내년엔 1조원이 넘어갈 거라는 장밋빛 환상이 부풀고 있다. 국내 1위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지난해까지 연간 순이익 규모가 4000억원 안팎이었다.
크래프톤이 상반기에 좋은 결과를 낸 건 모바일 배그의 흥행에, 중국에서 출시된 모바일게임 ‘화평정영’의 인기가 높아진 덕분으로 분석된다. 크래프톤은 화평정영을 놓고 텐센트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여전히 매출 구조는 치우쳐있다. 상반기 기준 모바일 배틀그라운드는 크래프톤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했다.
모바일 배그의 실적은 크래프톤의 연결 기준 매출에서 별도 기준 매출을 빼면 대략적으로 유추가 가능하다. 배그를 개발한 펍지는 크래프톤의 종속회사인 까닭이다. 크래프톤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현재 유의미한 매출을 내는 건 배그 정도다. 이렇게 따지면 모바일 배그의 1분기 매출액은 4200억여원, 2분기 매출액은 2890억여원이다. 불과 한 분기 사이 31%나 감소했다.
크래프톤이 당장 내년에도 지금같은 수익성을 보여주려면 올해 12월 정식 오픈 예정인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엘리온'이 배그급 글로벌 흥행을 기록해줘야 한다.
문제는 엘리온의 성공을 장담하긴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올해 게임업계 트렌드는 '캐쥬얼'이다. 다중사용자 온라인 전투 아레나(MOBA) 장르인 '리그 오브 레전드'가 프로이(e)스포츠와 접목되며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캐쥬얼 게임인 '어몽어스'와 '폴가이즈' 등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받았다. 엘리온의 MMORPG는 대표적인 '하드코어 게임' 장르로, 캐쥬얼 게임의 정 반대 대척점에 서 있다.
게임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게임 출시작들 중 열의 아홉은 실패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편”이라며 “엘리온의 경우 기존의 인기 MMORPG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로스트아크'를 섞어놨다는 평이 대세인데, 낡은 장르에 비슷한 구성으로 그래픽만 다르게 만들어 내놓는다면 유저들이 쉽게 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선보이는 ‘바이투플레이(Buy to play)’ 결제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부담이다. 이 방식은 최초로 게임을 다운로드할 때 요금을 내는 방식으로, 국내 MMORPG 게임으로서는 생소한 형태다. 통상적으로 국내 게임 이용자들은 경험하지 않은 게임에 결제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참여했던 주관사들 역시 크래프톤을 두고 무리한 밸류에이션(Valuation)은 자제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배동근 상무가 JP모간 출신인 만큼 예상 시가총액을 마냥 부풀리기에는 증권사들로서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의 향후 기업가치가 엘리온에 달렸다고 보기에는 엘리온이 전작인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대작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데다, 크래프톤 내부에서도 엘리온 이후의 신작에 더욱 무게추를 두고 있다는 평가도 남아있다. 관건은 이후 신작의 실현 가능성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글로벌 게임회사인 데다 직접 게임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등과 비교하기는 어렵다”라며 “국내 회사보다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 경쟁하는 구도다. 내후년을 목표로 해외 유명 게임 개발자들이 작업하고 있는 신작도 있어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요 무대로 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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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