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 원성에 거래소 조사까지
높은 목표가 제시한 증권사에도 '불똥'
빅히트 논란, 시장에선 "이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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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한 지 이제 막 보름이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빅히트 주가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주주 이탈과 기관들의 보호예수 물량이 풀리면서 주가는 빠르게 하락했다.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했던 증권사들에도 불똥이 튀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환불’을 외치고, 거래소가 주가 하락 배경을 조사하는 등 ‘전례 없는’ 상황들이 계속되면서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빅히트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증권사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높은 목표 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들을 향한 비난도 높아졌다. 상장을 앞두고 증권사에선 앞다퉈 공모가(13만5000원)를 크게 웃도는 목표 주가를 제시했다. 하나투자증권은 38만원, 유안타증권은 29만원, 현대차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26만원대를 내놨다.
증권사들은 그 근거로 핵심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BTS)의 이익창출력,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 온라인 콘서트의 순항 등을 언급했다. 일부는 리스크로 꼽히는 ‘높은 BTS 의존도’, ‘BTS 군입대 문제’도 ‘빅히트가 음악을 만들어내는 서사’로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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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가 규모가 작은 엔터 섹터에서 드물게 나온 ‘공룡’이란 점에서 모멘텀을 향한 기대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거품 논란이 계속되면서 담당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아직 리포트를 내지 않은 사람이 위너(winner)”라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온다. 높은 목표가를 제시해 화제가 됐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달 장기 휴가를 냈다고 전해진다.
이미 제시한 투자의견을 수정하기도 쉽지 않다. 앞으로 계속 담당해야 하는 빅히트의 ‘눈치’도 봐야 한다. 한 엔터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공모가를 써놓은 걸 번복하는게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번복되면 투자자들이 리포트를 믿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투자의견을 내야하는 애널리스트들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커버리지 내 기업은 최소 6개월에 한 번씩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지금 주가가 하락세지만, 하반기 실적 기대감이 예상돼 주가 반등 기회가 남아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보고서를 내지 않은 한 엔터 담당 애널리스트는 “주가나 상황이 좀 진정되길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빅히트 주가는 상장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하락세다. 상장 당일인 15일, 빅히트는 공모가의 2배인 27만원에 시초가가 형성됐지만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금세 주가가 하락했다. 대주주도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은 물량을 바로 매도했다. 3대 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5일 19만6177주를 팔았다. 메인스톤·이스톤PE은 15일~20일 사이 지분 총 158만주를 매도했다. 빅히트 전체 주식의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주주가 ‘고점 탈출’한 물량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가 받았다. 상장 후 4거래일간 개인 투자자는 총 4500억원을 순매수했다. 30일부터 20만주 상당의 보호예수 물량이 풀리면서 오전부터 주가가 급락했다. 11월부터 기관들의 1개월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추가로 대거 풀리기 때문에 앞으로 주가가 더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여론을 의식한 듯 최근 한국거래소(KRX)는 빅히트 상장 이후 주가 급락에 대한 배경 조사에 나섰다. 주가 급락 과정에서 시세 조종 및 내부자 정보 이용이 있었는지 확인하겠단 것이다. 워낙 ‘국민적 관심’이 큰 점을 고려해 ‘불공정 거래’ 가능성에 대한 자체적인 감시에 들어갔단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상장한 지 채 한달이 안된 기업의 주가 하락을 거래소가 직접 나서서 살필 사안인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이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의아하다는 의견도 있다. 애초 빅히트의 공모가 산정에서 '고밸류 논란’이 있었던 만큼 적정 주가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관들의 공모주 투자는 대부분 상장 초기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낮은 가격에 배정받은 기관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이 드물지 않다.
물론 빅히트의 ‘상장 스토리’가 그 어떤 기업보다 극적으로 연출되면서 한껏 기대감을 부풀린 배경이 있다. ‘빅히트’란 회사와 공모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BTS의 인기’를 믿고 거액을 투자한 개인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이해관계자가 많아질수록 논란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팜 등으로 이어진 공모주 열풍 속에서 빅히트는 지난달 BTS가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바로 다음날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정치권에서 상장일을 코앞에 두고 BTS의 병역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국내 엔터산업은 상장사 중에서 비교군 자체가 극소수다. SM, YG, JYP 정도다. 대중의 관심은 높지만 그에 비해 회사의 규모는 크지 않다. 애초에 비즈니스 자체가 너무 특수해서 이해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려운 산업이다. 특정 산업, 특정 기업의 리스크를 크게 본다면 투자에 들어가지 않거나 더 많은 스터디가 필요하다. 투자의 책임은 개인이든 기관이든 결국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다. 누구에게 거품 책임을 물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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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30일 16: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