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매각 막바지, 재무구조개선 맞물려 지분정리
두산重 포트폴리오 강화, 친환경·배터리 큰그림
박정원 회장 체제 5년…후임 하마평도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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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 경영권 매각은 두산그룹이 사실상 외부에 자산을 매각하는 마지막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코어의 매각이 완료되면 재무구조개선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드는데 그룹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두산의 핵심 사업과 지분정리 그리고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그룹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그 중심이다. 친족 경영의 맥을 잇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비교적 부담을 덜어낸 두산그룹을 이끌어갈 박정원 회장의 후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주회사인 ㈜두산은 올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두산솔루스 지분과 ㈜두산의 사업부 모트롤BG를 넘겼고, 투자회사인 네오플럭스를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했다. 두산중공업은 클럽모우CC를 팔았고 두산건설 경영권 매각에는 실패,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은 현재 진행중이다. 아울러 1조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데 유입된 자금의 대부분은 차입금 감축에 쓸 계획이다.
재무구조개선 과정에서 두산그룹 오너일가는 현금을 출자 하진 않았으나 두산퓨얼셀 지분을 23%를 두산중공업에 증여했다. 약 5700억원 규모다.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개선이 그룹의 재무부담을 낮추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현금이 부족한 오너일가는 두산중공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오너일가는 잔여지분을 매각해 묶인 담보를 해제하려 했으나, 매각을 시도한 물량의 절반만을 시장에 매각할 수 있었다. 오너일가의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통해 퓨얼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두산중공업은 일단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 이후에도 ㈜두산은 여전히 두산퓨얼셀 지분 약 18%를 보유하게 된다. 지배구조상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퓨얼셀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어떠한 방식으로든 지분정리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두산이 보유한 퓨얼셀 지분을 두산중공업에 넘기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시기와 방식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퓨얼셀 지분을 두산중공업에 넘기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고 추후 중공업과의 합병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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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든타의든 두산인프라코어를 떼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두산중공업은 포트폴리오의 보강이 시급하다. 원전 사업의 불투명성을 풍력 발전을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상쇄하기엔 아직 많은 시일이 필요하다. 인프라코어를 통한 현금유입은 사라지지만 그룹의 발목을 잡는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 자회사로 잔류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두산메카텍과 두산큐벡스 등의 자회사에 유의미한 캐시플로어를 예상하긴 힘들다..
결국 두산중공업이 생존의 활로를 모색하지 않는 이상 그룹의 재건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를 앞두고 오너일가가 퓨얼셀 지분을 증여한 것 또한 중공업을 확실히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새로운 사업적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함이었단 평가를 받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발전용 연료전지, 친환경 발전 에너지 등 두산중공업과 두산퓨얼셀을 그룹의 양대축으로 삼고 핵심 자산과 비핵심 자산을 구분해 정리에 나서는 작업이 향후 수년간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심 사업, 즉 두산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조망할 수 있는 계열사가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사업형 지주회사를 표방하는 ㈜두산의 역할은 재평가 받을 가능성이 있다.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모트롤BG를 떼낸 ㈜두산의 사업부에는 전자BG·산업차량BG·디지털이노베이션BU가 남는다. 두산로보틱스의 지분 100%도 보유한다.
이 가운데 연매출 1조원가량을 기록하는 전자BG의 활용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노후산업으로 평가받는 산업차량BG는 사업의 확장성에 제한이 있고, 디지털이노베이션BU와 두산로보틱스의 사업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즉 두산로보틱스와 전자BG의 사업적인 성장을 꾀하지 않는 이상 ㈜두산 자체의 사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오너일가가 절대적인 지분을 보유한 ㈜두산의 성장은 두산중공업의 사업적 성장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재무구조개선 막바지에서 박정원(2016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수장에 대한 하마평도 서서히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용현(2009~2012년)·박용만(2012~2016년)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임기는 3~4년 남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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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룹 내에서 가장 활발한 대외 활동을 보이는 인사는 단연 박지원 부회장(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이다. 과거 사촌 경영을 이어온 두산그룹 회장 인사의 전례를 비쳐볼 때 박지원 회장에 기회가 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다소 반전하고 있다. ㈜두산 내부의사 결정 과정에서 박정원 회장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대통령 행사 등에 직접 참석하며 그룹 내 입지를 공고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채권단이 두산그룹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크고작은 사회적인 이슈에 휘말렸던 오너가 4세 회장 후보들은 사업적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그룹 내 입지와 역할을 키워가고 있는 두산중공업을 맡을 인사도 필요하다. 두산중공업 내 박지원 회장의 공백이 가시화 할 경우엔 확실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두산그룹은 과거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상당히 부각된 기업이기도 하다. 이재경 전 두산건설 회장, 이상하 전 네오플럭스 대표, 이상훈 ㈜두산 총괄기획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두산중공업 내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인사는 올해 두산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긴 박상현 CFO(최고재무책임자)이다. 과거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을 거치며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했고, 최근엔 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역할을 맡고 있다.
㈜두산 사업부문 내에서도 전문경영인의 입지가 강화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출신의 동현수 부회장은 현재 ㈜두산 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다. 과거 ㈜두산 핵심 사업인 전자BG장을 지내기도 했다. 일단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핵심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문에선 동 부회장의 입지와 영향력이 상당히 공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퓨얼셀 등 ㈜두산의 자산을 떼내는 과정에서 동 부회장이 어떠한 입장을 나타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두산그룹에 앞으로 남은 과제는 사업재편과 지배구조정리로 요약할 수 있다. 채권단 관리체제로돌입하면서 오너일가가 직접 지배할 수 있는 계열사는 크게 줄어들었다. 경영권 승계 작업과 안정적인 사업 운영 등 두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선 오너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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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