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도 대규모 투자 유치 나설 듯
넷플릭스 국내 시장에만 8000억원 쏟아 부어
티빙-웨이브, 조단위 펀딩 필요 할 듯
경영진 간의 이견으로 양사 합병은 쉽지 않을 듯
-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CJ ENM—JTBC-네이버를 필두로 한 ‘티빙’과 SKT-지상파를 중심으로 한 ‘웨이브’가 양 축이다. 이들은 조만간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 업계에선 이들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양 진영간의 합병도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5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티빙이 프리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CJ ENM은 지난달 1일 티빙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바 있다. 일부 사모펀드들은 티빙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티빙 프리IPO가 이르면 이달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관련해서 일부 사모펀드들이 투자검토에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당초 CJ ENM은 JTBC와 합작 OTT 법인을 정식 출범하려고 했다. 지난 5월 JTBC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JTBC가 티빙의 지분율을 20% 이하로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기업결함심사도 철회했다. 비상장사 지분 20% 이상을 취득할 경우 기업결합신고를 하고 투자자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보다 낮은 지분을 취득함에 따라 기업결함신고의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네이버가 새로운 투자자로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달 CJ와 콘텐츠 및 디지털 영상 플랫폼 사업협력 등 포괄적 사업제휴를 맺고 향후 티빙에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SKT와 지상파 연합인 웨이브의 프리IPO도 조만간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웨이브는 SKT가 지분 30%, 지상파 3사가 각각 지분 23.3%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교직원공제회 등에서 2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대규모 자금이 들어갈 것이란 점에서 추가적인 투자유치는 필연적이다.
투자금융 업계에선 티빙과 웨이브가 독자적인 OTT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조단위의 투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넷플릭스는 2015년 이후 한국 콘텐츠 파트너십과 공동 제작으로 7억달러(약 8000억원)을 한국에 투자했다. CJ ENM, JTBC와 3년간 20여편 이상의 콘텐츠 공급 제휴를 맺었으며, CJ ENM의 스튜디오 드래곤 지분 4.99%를 취득하기도 했다. 국내 가입자수는 9월말 기준 330만명에 달하며, 카드 결제액은 5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가 살아남기 위해선 최소한 넷플릭스가 한국에 투자한 금액만큼의 투자금이 필요 할 것으로 본다”라며 “이를 위해선 조단위의 펀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토종 OTT를 바라보는 투심은 냉랭하다.
우선 투자자들은 이들이 얼마나 OTT에 힘을 쏟을 것인가에 대해서 다소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방송 채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OTT에 우선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들 수익의 대부분이 여전히 방송 광고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OTT만을 중점적으로 밀어주기 쉽지 않은 이유다. 일례로 SBS의 경우 코로나 여파로 방송광고 수요위축이 지속되면서 상반기 영업적자기 이어졌다. 웨이브의 가입자 수가 늘고는 있으나 전통적인 광고 시장을 대체하기에는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티빙도 물적분할을 했지만 여전히 사업부 수준에 불과하다. 이 조차도 CJ ENM 내부에서 큰 관심을 받던 사업부가 아니란 평가다. CJ 관계자는 “사업부 형태로 있다 보니 주도적으로 사업을 키울 만한 경영진이 없었다”라며 “투자유치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경영진을 꾸리기 위해서라도 물적분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토종 OTT 출범 당시 거론되어왔던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해외 OTT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양사간의 합병이 유리하다는 견해다. 티빙은 양질의 콘텐츠를, 웨이브는 SKT가 갖고 있는 가입자 수가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합병 시 어느 진영이 경영의 주도권을 갖느냐란 부분에서 양 진영간의 의견 합치가 쉽지 않다는 견해다. 수면 아래에서 양 사의 합병을 위한 여러 시도들이 있었으나 경영진에 막혀서 번번히 불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구도가 짜여진 것도 CJ와 SKT 경영진간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 때문이었다”라며 “어느 쪽도 컨트롤을 놓고 쉽지 않다는 점에서 양 진영의 합병도 용이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05일 15:5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