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플랫폼 확장 필요한 SK, 아마존 시너지 기대감
상장 전 사업 성과에 따라 아마존 셈법도 달라져
쿠팡·네이버·티몬·롯데는 새로운 전략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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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SK텔레콤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를 통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다. 네이버와 쿠팡, 양강 구도로 재편되는 와중에 SK그룹도 유력 사업자로 들어오는 그림이 됐다. 그간 이커머스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SK의 급부상에 쿠팡, 롯데, 티몬 등 다른 사업자들은 새 전략 짜기가 불가피해졌다.
SK텔레콤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아마존이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약정 상 IPO를 성사시켜야 하는 기한인 2023년으로 전환우선주(CPS) 만기 기한이 설정됐을 가능성이 있다.
아마존이 11번가 지분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단계적으로 CPS를 매입해 최대 30%(보통주 전환 시)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이 FI와 체결한 약정을 감안하면 아마존이 단번에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전도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는 지난 2018년 11번가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형태로 5000억원을 투자, 18.2%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국민연금이 3500억원, 새마을금고가 500억원을 투자해 출자자(LP)로 참여했다. 5년 내 상장에 실패하거나 공모가격이 충분한 수준이 아니면 FI들은 동반매도청구권을 활용, 경영권 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 FI 측은 당시 투자심의위원회 직전까지도 SK가 향후 매각 의사가 없는 점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FI가 경영권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아마존에 주요 주주 지위를 양보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FI가 보유 지분을 추후 아마존에 넘기는 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
아마존이 11번가에 대해 얼만큼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 주주 구성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밝힌대로 '11번가의 사업 성과'가 관건이 될 수 있다. 11번가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아마존도 확장 의지가 약해져 11번가를 단순 '한국용 입점몰'로 활용하는 데에만 그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시장은 일단 SK그룹이 아마존과 손 잡고 일으킬 메기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마존 협력 논의는 대형 호재로 판단한다"며 "경쟁 온라인 커머스 사업자 대비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풀필먼트 사업에 투자할 경우 그 시너지도 막대할 거란 평가도 나온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자본잠식 위기였던 11번가는 그간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업자였다. 10% 초반대까지 점유율을 늘린 쿠팡이나 네이버쇼핑과 비교하면 5% 수준의 11번가는 시장 지위가 비교적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점유율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도 미비해 SK그룹의 커머스 사업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H&Q에 이어 아마존까지 투자자로 유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장 지배력은 아직 부족하지만 아마존 효과를 발판 삼아 대기업 유통망과 자본력, 타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감안하면 얼마든지 판도를 뒤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박정호 사장은 그간 아마존프라임이나 넷플릭스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고, 이커머스 사업과 낼 수 있는 시너지를 둔 자문도 꾸준했던 것으로 안다. ICT 플랫폼 확장성을 기대할 SK 입장에서 아마존은 최고의 파트너이고, 아마존 입장에서도 11번가는 지배력이 높지 않은 사업자임에도 선택한 배경엔 대기업 기반의 장점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네이버와 쿠팡 양강 구도에서 SK가 유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다. '한국형 아마존'을 내걸어 온 쿠팡은 아마존의 등장에 가장 긴장할 만한 사업자다. 중소 커머스 사업자인 티몬과 위메프의 입지는 더욱 애매해졌다는 해석도 있다. M&A업계는 이들이 전문성을 살릴 만한 사업을 특화하는 식의 '부티크' 콘셉트가 아니면 경쟁력은 없을 거라고 말한다. 다른 대기업 사업자인 롯데는 SK의 급부상에 커머스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가 향후 티몬을 인수하더라도 아마존과 손잡은 SK에 대적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커머스업계 관계자는 "11번가가 향후 업계에 미칠 영향이 기대된다. 상장 전까지 11번가가 얼만큼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따라 아마존의 셈법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그 시너지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커머스업계 지각변동이 될 수 있는 딜이란 점에서 쿠팡이나 네이버, 롯데 등 기존 사업자들은 새로운 전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커머스 이상의 협력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아마존과 세계 2위 반도체업체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둔 SK텔레콤 모두 5G,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IT산업에서 관련성이 높기 때문에 커머스를 기점으로 협력사업을 늘려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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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17일 14:3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