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법인 규모는 제주항공 넘어 아시아 2위
몸집 크기는 정책자금 투입의 중대한 기준
제주항공 영위하는 애경그룹 고민 커질듯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지면 두 회사 계열의 저비용항공사(LCC) 3곳도 통합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실제로 이뤄지면 국내에선 압도적 1위, 아시아권에선 에어아시아 다음으로 큰 초대형 LCC가 탄생하게 된다.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1위 제주항공의 입지는 애매해졌고, 애경그룹의 고민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과 함께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도 단계적으로 통합될 것임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출범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LCC 6사 중 3곳이 통합되면 제주항공은 1위 지위를 넘겨줘야 한다.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의 항공기 보유대수는 60대로, 제주항공(45대)를 능가한다. 자산규모도 2조원 수준으로 1조2000억원의 제주항공을 넘어선다. 단순 합산을 가정한 최대치란 점을 감안해도 통합 LCC의 국내 1위는 무리가 없다.
-
그동안 제주항공의 LCC 1위 타이틀은 '대마불사'의 강력한 무기였지만 LCC 3사가 통합되면 입지는 애매해진다.
항공사 모두 최악의 경영 상황을 겪고 있는 와중에 정책자금은 몸집이 큰 항공사 위주로 집중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제주항공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 지원 받을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가 국적 항공사와 몸집이 큰 제주항공 외엔 살릴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제주항공이 더이상 LCC 1위가 아니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제주항공의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외연 확장'을 목표로 M&A 드라이브를 걸어왔지만 LCC 3곳의 통합으로 유력한 잠재 매물이 사라졌다.
M&A업계에선 그간 제주항공이 향후 아시아나항공 계열 자회사 인수를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열위한 재무구조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검토할 수 있었던 배경엔 보유 항공기를 합치면(68대) 초대형 LCC로 거듭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더 좋은 조건의 매물이 나오면 얼마든지 계획을 바꿀 수도 있다. 마침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최종 포기하면서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매물 출회 가능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없던 일로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전 모두 '자의반 타의반' 최종 고배를 마신 제주항공은 이제 이스타항공 인수 불발로 인한 치열한 법정공방만이 남은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으로 항공업계 재편 필요성이 부각됐던 와중 제주항공은 키(key)를 쥐고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통합 LCC 법인이 탄생하면 제주항공에 대한 관심도는 이전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고, 입지는 상당히 애매해진다"라고 전했다.
M&A 검토 등 새로운 전략 짜기가 불가피해졌다. 시장에선 제주항공이 티웨이항공을 흡수합병하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항공기 보유대수나 자산규모 등에서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평가다.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은 항공산업 영위 자체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애경그룹은 화학과 항공운송, 화장품, 백화점, 부동산 등을 주요사업으로 다루고 있는데 올해 코로나로 전방위적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타 LCC 인수를 통해 몸집을 더 키울 수도 있지만 재무부담 정도, 업황 개선 여부, 업계내 경쟁 강도 등 예상하기 쉽지 않은 변수들이 많다.
다만 국적항공사 합병보다 LCC 3곳의 통합 작업에 더욱 난관이 예상된다. 항공기 기종이 달라 통합이 어려운 점, 에어부산의 부산시 등 주주 문제, 중복 노선이 많은 관계로 중복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노동 이슈로 불거지면 진화가 어려울 수 있는 점, 제2 허브공항 추진을 통한 경쟁 LCC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18일 16:3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