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제회 등 1차 승인까지 냈다가 중단
회사 측은 매각 검토 사실 자체 부인
업계에선 스카이72 신경 쓴 때문으로 풀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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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ㆍ신라CCㆍKMH하이텍 등을 보유한 KMH그룹이 그간 진행해 오던 2곳의 계열 골프장 매각을 돌연 중단했다. 16년 만의 운영사 교체로 논란이 일었던 인천국제공항공사 산하 골프장 '스카이72' 운영사로 선정될 무렵이다.
회사 측은 계열 골프장 매각 추진 여부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투자업계에서는 매각이 중단된 것과 스카이72 선정을 연계해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16일 복수의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KMH그룹은 보유하고 있던 파주컨트리클럽(18홀), 떼제베CC(36홀) 등 두 곳의 골프장 매각 작업 철회를 통보했다.
이 두 골프장은 KMH가 올해 7월 몇몇 운용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낸 이후 매각이 진행됐다. 총 4곳의 원매자(인수후보)를 대상으로 요청서가 전달, 비공개 경쟁입찰이 진행됐다. 최종적으로 하나자산신탁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KMH는 스카이72 운영사에 지원하고 선정과정이 진행되면서 하나자산신탁에 파주ㆍ떼제베CC 매각의사를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우협에 선정됐던 하나자신신탁이 파주 및 떼제베 CC 인수를 위해 펀드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찰공제회 등이 자금을 대기로 했다. 공제회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해 1차 승인까지 마쳤으나 KMH그룹의 매각 의사 중단으로 투자도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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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H 스카이 72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다른 골프장 매각 접어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매도자 측에서 갑자기 매각 의사를 번복했다”며 “KMH가 스카이72 입찰 건도 진행하고 있어 아무래도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골프장 매각에 자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관계자는 “해당 논의가 오가기는 했으나 확정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하나자산신탁에 자금을 대기로 했던 경찰공제회 관계자는 “진행 중인 딜이라 확인해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KMH그룹은 이 같은 내역들에 대해 “파주ㆍ떼제베 CC 두 곳을 매각하려고 한 사실 자체가 없다”라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KMH그룹은 방송 송출 전문기업으로 경제전문매체 아시아경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2016년 골프장 신라CC를 인수한 뒤부터 골프장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KMH는 현재 파주컨트리클럽을 통해 파주CC를, 옥산레저를 통해 떼제베CC를, KMH신라레저로 신라CC를 소유 및 운영하고 있다.
KMH는 올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진행한 스카이72 운영권 입찰에 뛰어들면서 화제가 됐다. 스카이72는 인천국제공항 부지 내에 위치한 국내 최대 72홀 퍼블릭 규모 골프장이다.
기존 운영자는 '주식회사 스카이72'인데, 인천공사로부터 땅을 빌려 2005년부터 16년째 영업을 진행 중이었고 올해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이에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계약연장을 추진했으나 당시 구본환 사장 아래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를 거부하고 새 사업자선정을 진행했다. 주식회사 스카이72는 신규 사업자 입찰중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고, 그 사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KMH그룹을 새 사업자로 선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양측 조정을 봉합을 시도했으나 양측간 본소송이 진행되면서 권익위 조정마저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에서는 스카이72 새 운영사로 뽑힌 KMH그룹에 친여권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며 입찰 로비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KMH그룹 회장인 최상주 씨는 이종찬 국정원장의 보좌관이었고, KMH계열사 사장인 이강봉 씨는 김대중 정부 당시 이강래 전 정무수석의 친동생, KMH신라레저 양재원 사장은 이상직 의원과 구본환 전 인천공상공사 사장과 전주고 동문“이라며 의혹을 제기했고 여당의원들과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KMH 입찰 참가시 컨소에 파주CC등 포함…인천공항공사 "문제 없다"
지난 9월 스카이72 운영사 선정 입찰 참여 당시, KMH그룹이 서류를 제출하며 낸 명의는 'KMH신라레저ㆍ옥산레저ㆍ파주컨트리클럽' 세 곳의 법인으로 꾸려진 컨소시엄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는 떼제베CC와 파주CC 등 두 곳 골프장의 매각을 철회한 시점과 맞물린다.
이러다보니 당초 파주CC와 떼제베CC 매각을 검토했던 KMH그룹이 스카이72 운영자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골프장 매각 작업을 중단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옥산레저나 파주컨트리클럽 등 두 곳 법인이 소유한 자산에 변화가 생기면 컨소시엄 주체로서 자격을 상실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KMH그룹으로서는 추진 중인 골프장 매각을 중단하더라도 스카이72 입찰 과정에서 더 이상의 잡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다만 스카이72 운영사 선정을 담당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두 사안이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 골프장 입찰과 관련해 KMH신라레저가 낙찰받았으며, (KMH그룹의) 골프장 매각과 낙찰자 선정은 무관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KMH그룹은 2대 주주로 참여한 키스톤PE와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키스톤PE는 지난 8월 KB자산운용으로부터 블록딜 형태로 KMH 지분 20.23%를 매집했다. 최상주 KMH 회장 및 특수관계인은 3분기 말 기준 약 34.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키스톤PE가 파주CC등의 매각을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지만 키스톤PE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키스톤PE 측은 “KMH측에 여러차례 관련 정보를 요구했지만 이렇다할 내역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해당 과정과 목적 등을 주주들에게 숨김없이 밝히고 설득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골프장들은 최근 골프장 가격 인상 '붐'과 더불어 자산 우수성은 뛰어나지만 논란이 많아 업계에서는 투자를 꺼리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떼제베CC와 파주CC가 입지 및 자산 우수성이 뛰어나 해당 자산에 관심을 가진 운용사들도 여럿이었다”라면서도 “지금 와서 보면 KMH그룹과 키스톤PE, 스카이72 등 정치권, IB업계 등 얽혀있는 문제가 많아 차라리 딜에 관여하지 않았던 것이 전화위복이 된 측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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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17일 16: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