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레버리지 99%에 불과...규제상 여력은 충분
배당 등 감안하면 내년 최대 M&A 실탄 1兆 추정
증권사 사면 '베스트' 지만 매물 없어...카드도 관심
-
문제는 비은행이었다. 경쟁사들이 은행업 부진과 대규모 충당금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부문의 약진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는 동안, 우리금융그룹은 그냥 주저앉았다. 4대 대형 금융그룹 중 올해 유일한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비중은 지방금융그룹보다도 낮다. 계열사 투자 여력은 6조원에 달하지만, 실제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그리 많지 않다. 한정된 자금 안에서, 가치하락(디스카운트)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는 증권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확보할 지가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컨센서스 기준 우리금융그룹의 올해 연간 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25%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다. 경쟁사들은 올해에도 3~4%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사고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충당금이 저조한 실적의 핵심 원인이지만, 경쟁사 역시 비슷한 부담을 안고 있다.
차이는 비은행에서 나왔다. 신용카드는 물론 증권, 캐피탈,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비은행 계열사들이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으며 은행의 손실을 보충했다. 손해율과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증권사 브로커리지 부문은 지난 2017년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기여도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14.5%다. 30~40%대인 경쟁 금융그룹들은 물론, 기업은행(23.1%), BNK금융그룹(22.8%), JB금융그룹(30.7%) 등에 비해서도 크게 뒤쳐진다. 은행업의 구조적인 업황 하향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
이렇다보니 우리금융지주를 금융주 중 최선호주(Top pick;탑 픽)으로 꼽는 리서치센터는 거의 없다. 현 주가보다 낮은 목표가를 제시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과 다름 없는 리서치도 있을 정도다. 목표가도 8000원대 초반부터 1만5000원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일정부분 향후 비은행 확장에 대한 견해 차이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도 이슈를 인지하고 있다. 실적 발표 등 투자자관계(IR) 때마다 지속적으로 인수합병(M&A) 의지를 천명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다만 의지와 능력은 다르다. 우리금융그룹의 추가 M&A 능력은 아직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
자회사 출자 여력은 아직 여유가 많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우리금융그룹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99.8% 수준이다. 130% 규제 기준 출자 여력은 6조3000억원 안팎이다. 아주캐피탈 완전 인수 후에도 5조7000억여원의 출자여력이 남아있다.
현금이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배당으로 끌어올렸고, 신종자본증권 1조원어치를 발행했다. 이는 지주 전환과 지배구조 정리, 우리은행 증자, 그리고 주주 배당을 통해 상당부분 소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에도 3차례에 걸쳐 9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 중 일부는 아주캐피탈 인수에 쓰일 전망이다.
올해 연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그룹 순이익 중 배당과 이자비용을 제외하고 내년 중 M&A에 쓸 수 있는 실탄은 7000억~1조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신종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하면 여력이 조금 더 늘어날 수 있다.
물론 실탄이 있다고 함부로 쓸 순 없다. 우리금융지주의 3분기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2%로 지난해 말 11.9%에 비해 크게 높아졌긴 하지만, 아직 경쟁사 대비로는 낮은 상태다. 특히 보통주자본비율은 아직 10.4%로 경쟁사의 12~13%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실탄 확보도 무한하진 않다. 정관상 20조원까지 발행항 수 있어 아직 여유는 있지만 이자(배당)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엔 200억원 가량이 지출됐고, 올해엔 300억원대 초중반의 지출이 예상된다. 내년 중 추가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을 1조원 더 찍는다면 비용 부담은 연 500억원 안팎으로 확대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비은행 중 증권 계열사의 부재를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이 1조원 안팎을 들여 '똘똘한 증권사'를 인수한다면 최고의 시나리오겠지만, 문제는 이 체급에 증권사 매물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교보증권ㆍ유안타증권 등 '인수설'은 수 차례 시장에 소문이 돌았지만, 이 중 실제로 진척이 있었던 건은 없었다.
MBK파트너스와 함께 우리은행이 인수자로 참여한 롯데카드의 경영권을 추후 가져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를 합치면 신용판매액 기준 시장점유율이 2위권으로 뛰어오른다. 당시 우리은행은 3460억원을 보통주 인수에 투입하면서도 우선매수권이나 동반매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MBK파트너스의 지분 59.83%의 인수원가만 1조원이다. 매각 시 가격은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올해까진 운용사ㆍ캐피탈 등 상대적으로 덩치 작은 비은행 확장에 집중했다면, 내년부터는 증권ㆍ보험 등 핵심 비은행 계열사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1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