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신청 인용·기각 여부, 경영권 분쟁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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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명운과도 맞닿아 있다. 산업은행은 부인하고 있지만 산은이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대리(代理)를 맡기는 대신, 한진칼에 증자함으로써 조 회장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에 반발해 KCGI를 비롯한 주주연합 측은 지난 18일 서울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주주배정이 아닌 제 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목적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한진그룹은 법적 절차에 따른 합리적 자금조달이란 논리로 맞서는 상태다.
시선이 몰리는 곳은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민사50부다. 해당 관련에 상당한 전문성을 지닌데다, 한진칼 관련 소송을 상당수 담당했다. 올해 대법관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이승련 수석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재직중이다.
민사 50부는 그간 판결이력으로는 한진칼이나 조원태 회장측 혹은 KCGI주주연합측 어느 한편만을 들지는 않았다. 주주연합이 한진칼과 관련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현재까지 제기한 소송은 총 12건이다. 민사50부는 이중 3건을 취하했고 5건을 인용했다. ▲2020년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 ▲산업은행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은 진행 중이다.
민사50부는 과거 주주연합이 제기한 소송 가운데 자본시장법상 주총 전 일정 기한 내 경영권 참여 목적을 밝히지 않은 ▲반도그룹의 의결권 행사 요청은 기각했다. ▲대한항공의 자가보험·사우회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이 조원태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주주연합의 의결권행사 금지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주주명부 열람, 검사인 선임, 주총안건 상정 등과 같은 경영감시에 관한 KCGI 주주연합의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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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25일 오후 5시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주주연합측 법무법인 태평양이, 한진그룹은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화우가 대리한다. 그리고 법무법인 광장이 산업은행을 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법원의 결론은 상당히 빨리 나올 가능성이 크다. 오는 12월 2일 5000억원 규모 산업은행에 대한 신주발행이 예정 돼 있기 때문에 해당 기간 내에 결론이 나야한다. 과거 주주연합의 가처분 신청에선 민사50부가 1주일 내로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 판단은 향후 이번 사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주발행이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주주연합은 최대주주로서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한진칼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해 이사의 추가 선임을 추진하고 있으나 한진칼 이사진이 조원태 회장 측 인사로 구성된 점을 고려할 때 주총 소집 자체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임시주총이 열리더라도 이미 신주발행이 완료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신주발행이 무효화할 경우, 임시주총 또는 정기주총서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주주연합의 공세는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조 회장의 입지가 크게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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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24일 16:0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