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LG상사·하우시스 등급 스플릿 가능성도
자금 조달 시장에서 '대기업 메리트' 줄어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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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가 이뤄지면 LG상사와 LG하우시스의 신용등급이 재검토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마다 등급 평가에 ‘계열지원 가능성’ 반영 여부가 달라 이후 등급 스플릿(신평사간 등급 불일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면 전반적인 신인도 저하가 불가피한 만큼 조달 시장에서의 평판도 불가피해 보인다.
LG그룹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 분리안을 결정했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와 판토스, LG하우시스 등을 거느리고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다. LG상사는 물류 회사인 판토스(지분 51%)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추가적으로 실리콘웍스, LG MMA 분리 여부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LG상사와 LG하우시스의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도 열렸다. 신용평가사들은 계열 분리가 공식화하면 관련 회사들의 등급 재검토에 나설 것이란 입장이다. 단계적 분리가 아니라 한번에 처리된다면 올해 내에 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신평3사가 부여한 LG상사(AA-/안정적)와 LG하우시스(AA-/부정적)의 장기신용등급은 동일하다. 다만 그룹의 지원가능성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어 향후 등급 스플릿이 나타날 수 있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두 회사에 대해 LG그룹 계열사로서 갖는 신인도와 계열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자체신용도 대비 1노치(notch) 상향조정했고, 한국기업평가는 계열로부터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하지 않고 자체 신용등급만 판단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계열 분리 사안이 공식화하면 해당 부분들을 고려해서 LG상사와 LG하우시스의 전반적인 등급 재검토 논의에 나설 것”이라며 “아직 리스크를 얘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LG하우시스 같은 경우는 실적 부진 등으로 꽤 오랜 기간 ‘부정적’ 전망을 달고 있기도 하고 회사채 발행 해둔 것들도 많아 등급 이슈가 민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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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가 그룹에서 분리된다 해도 계열과의 거래 관계가 흔들릴 가능성은 작다. 그룹 계열사들과의 사업적 긴밀성은 높은 수준이다. LG상사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과의 거래 등 매출의 상당 부분이 계열사로부터 나오고 있다. 다만 계열 분리 시 지원 의지가 낮게 평가돼 등급 평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LG하우시스는 계열 분리 사안 외에도 등급 하향 가능성이 열려있던 상태다. LG하우시스는 지난해 5월 수익성 하락과 재무안정성 저하, 부진한 전방수요 전망 등을 이유로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LG하우시스의 연결 총차입금은 2016년 8347억원 수준에서 2019년 1조1429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부채비율도 143%에서 180%로 뛰었다.
올해 정기평가에서도 부정적 전망이 유지됐다. 전방산업인 건설과 자동차에서 업황이 부진해 단기간 내 2017년 이전 수준의 영업이익 규모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2분기 자동차소재/필름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3분기에는 어느 정도 실적 회복이 나타났지만, 여전히 업황상 실적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다.
LG상사는 등급 전망이 안정적으로 자체 신용 위험은 비교적 적다. 유동성도 양호하다. 올해 말 단기성차입금 2477억원(금융기관 차입 1777억원) 만기가 도래하지만 현금성자산(1975억원)과 신용도를 고려하면 원활한 대응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LG그룹 계열사’ 이름표가 떼어지면 회사채 등 조달 시장에서도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LG하우시스는 2014년, 2015년, 2017년, 2018년 각각 공모 회사채를 꾸준히 발행해 왔다. 이에 향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들은 2021년 1300억원, 2022년 2600억원, 2023년 800억원 규모다. LG상사도 2015년, 2016년, 2018년 각각 공모채를 찍었고 올해 5월에도 5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했다.
한편 계열 분리가 LG그룹 자체의 신용도 차원에선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계열 내 재무적 비중이 큰 회사는 아니지만, 현재 장기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계열사 중 ‘부정적’ 등급을 달고 있는 곳은 LG하우시스가 유일하다. LG디스플레이가 부정적 등급을 유지하다가 올해 A+로 등급이 내려가면서 전망은 안정적으로 변경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신평사가 계열지원 가능성을 등급에 반영해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분리가 되면 아무래도 리스크는 있을 것”이라며 “당장 등급 변동이 없어도 ‘대기업 계열사’ 메리트가 있었던 만큼 회사채 등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신용도 수준이 전반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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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24일 15: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