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ITC 최종 판결까지 열흘도 안남긴 상황
판결 전 합의 이를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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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중재 역할에 나선다. 양사 합의를 이끌어내 소송전이 해를 넘겨 장기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중 정부 차원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고위 경영진과 개별 면담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송전이 더 길어지기 전 양사 입장을 중개하기 위한 자리로 풀이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까지는 열흘도 남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패소 이후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할 수도 있지만, 합의에 나서는 것이 양사 모두에 최선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미국 대선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어 판결이 재차 연장될 가능성도 낮다. ITC는 지난 10월 5일로 예고된 선고 일정을 두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지난 1일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 분사가 공식화하며 남은 소송 일정은 LG에너지솔루션이 맡게 됐다. 그러나 업계에선 여전히 LG그룹과 SK그룹의 고위 경영진이 직접 나서야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각 그룹 부회장급 인사가 정부와 대화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에선 권영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거론된다. 권 부회장은 현재 LG화학 이사회 의장직도 역임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 권 부회장은 LG화학 배터리 사업이 글로벌 1위에 오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LG화학을 맡고 있을 때 저가수주로 인한 잡음이 있었지만 당시 선택이 현재 시장 지위로 이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까지도 지주회사가 배터리 사업을 지휘하는 데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SK그룹에서는 누가 대화에 나설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체급이 맞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부회장은 올 들어 SK그룹 2차전지 사업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미등기 임원인 상태지만 내년에는 경영 일선에 공식 복귀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선 초창기부터 그룹 2차전지 사업에 애정을 쏟아온 만큼 복귀 이후 행보도 배터리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양사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목소리가 많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양사 사업부 측면에서는 소송 합의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라며 "정부가 나서서 중재를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승소 가능성이 높은 LG화학이 유리한 상황에서 정부가 양사 입장을 조율할 수 있을 만한 안건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산업부 측에서도 그간 양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왔지만 양측 대립이 심해지면서 존재감은 미미한 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배터리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돼 있어 정부기관 역시 주요 이해관계자로 꼽힌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왔지만 지금 당장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라고 말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정부 측과의 개별 면담 사실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고위 경영진의 활동에 대해선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LG화학 관계자는 "현재로선 SK이노베이션과 소송 전 합의 문제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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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02일 14:2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