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몸값이 3조 + ⍺?...넘어야할 과제 ‘산적’
입력 2020.12.04 07:00|수정 2020.12.08 07:16
    위탁생산 계약 맺은 아스트라제네카, 신뢰성 시험대 올라
    공모가격 산정 방식 잣대 까다로워진 점도 부담
    • SK바이오사이언스가 내년 초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좌고우면 하고 있다. 회사는 당초 시장에서 언급되던 3조원보다 더 높은 숫자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시장상황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는 평가다.

      코로나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불확실한 데다 기업공개(IPO) 기업의 공모가 산정에 대한 당국의 시선도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 효능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인도에서 이 회사의 임상실험에 참여했던 한 참가자가 신경학적, 심리적 부작용에 시달리며 7억원대 보상금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즉각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임상실험을 둘러싼 신뢰성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검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1월 말 발표한 임상실험 결과에서 복용 횟수 감소에 따른 효능 변화의 배경을 아직까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첫 투약에서 1회분의 절반을 맞은 참가자들 가운데 고령층이 없었다는 점도 뒤늦게 드러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또 다른 백신인 노바백스의 경우 지난달 30일 또 다시 한 차례 미국 내 3상 시험이 연기됐다. 영국에서 진행 중인 3상 시험 역시 내년 1분기 중간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화이자나 모더나 등 경쟁사들은 이르면 올해 말 접종을 시작할 예정인 것과 비교하면 개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내년 초 상장을 앞둔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해당 여파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노바백스 및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맺은 뒤 예상 기업가치가 주관사 선정 당시보다 크게 뛰었는데, 최근 불거진 잡음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하반기 들어 잇따라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뒤,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흥행의 가늠자로는 줄곧 ‘코로나 백신’이 등장해왔다. 증권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를 4조~5조원으로 높여 잡기도 했다. 주관사 선정 당시 몸값으로 알려진 3조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결국 SK바이오사이언스와 주관사단이 어떤 잣대로, 어떤 논리로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이를 시장에 관철시키느냐가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업가치 산정방식을 주가순이익비율(PER)나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이익(EV/EBITDA) 등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주가매출액비율(PSR)이나 기업가치 대비 신약 파이프라인(EV/pipeline)으로 산정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내년 '빅 이슈'가 될 백신 관련 성장성을 기업가치에 반영하려면 후행적인 지표인 PER이나 EV/EBITDA로는 한계가 있는 까닭이다.

      백신 위탁생산은 물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하고 있는 백신의 가치를 반영하려면 EV/pipeline을 활용하는 게 발행사의 입장에선 유리하다. EV/pipeline는 올 상반기 SK바이오팜 상장 때 공모가 산정 논리로 활용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대표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대표주관도 맡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PSR나 EV/pipeline은 주로 이익이 나지 않은 회사의 기업가치를 측정할 때 쓰이는 방식”이라며 “일반적인 방식보다 소위 ‘부풀려질’ 가능성이 큰 만큼 금융 당국이나 거래소에 심사를 요청할 때 어떤 논리적 근거를 세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감독원 등 감독 당국은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을 대상으로 공모가 산정 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0월 빅히트 상장 당시 공모가격 산정과정이 부풀려졌다는 투자자들의 원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위탁생산(CMO)과 신약개발 사업을 분리해 기업가치를 산정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두 사업을 주력으로 삼는 동종회사 그룹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부문별 가치합산(SOTP; sum of the parts) 방식으로 CMO와 신약 부문의 가치를 각각 다른 잣대로 판단한 후 합칠 수도 있다. 예컨데 CMO의 경우 PER을, 신약 부문의 경우 EV/pipeline를 통해 각각 가치를 구한 후 이를 합산하는 식이다.

      실제로 녹십자웰빙은 건강기능식품과 천연물의약품 사업부를 분리해서 각각의 가치를 산정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나누어 유사기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맺은 사업부는 위탁생산 계약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여러 사업부 중 한 곳”이라며 “회사가 진행하는 신약사업이나 위탁생산사업 등은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