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행장 연임하며 '안정'에 초점...장수 CEO 연임 주목
올해 인사, 차기 회장 후보군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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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 계열사 10곳의 최고경영자(CEO) 12명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주요 금융그룹 중 가장 큰 규모다. 윤종규 회장이 중용한 CEO들이 대부분 2+1년 이상의 임기를 소화한 가운데, 물갈이 규모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허인 행장이 재연임에 성공하며 일단 그룹의 전반적인 인사 분위기는 '안정'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지주에 2인자를 두지 않는 조직 구조상, 차기 회장 후보군 육성에 대한 안배도 필요한 상황이다. KB증권 등 변화가 불가피한 계열사도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대추위)는 오는 8일 계열사 CEO에 대한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직 사장단과 면담 후 연임 혹은 차기 CEO 선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추위는 지난달부터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군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왔다.
KB손해보험을 비롯해 증권, 카드, 캐피탈, 생명, 운용, 저축은행 등 KB금융그룹 거의 모든 주력 계열사의 CEO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기존의 관례를 고려하면, 8일 면접 후 15일을 전후해 계열사 CEO 명단이 확정 발표될 전망이다.
그룹 안팎에선 '장수 CEO'로 꼽히는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의 연임 여부를 관심사의 첫 손으로 꼽고 있다. 양 사장은 2016년부터 5년간 KB손해보험을 이끌어왔다.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친 재무통으로, LIG손해보험 인수전과 인수 후 통합 작업을 총괄했다.
성과만 보면 아쉬움이 크다는 분석이다. KB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말 누적 순이익은 전년대비 20% 넘게 줄었다. KB금융 인수 직전인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그 사이에 자기자본이 크게 늘었기 때문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전년대비 10%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다른 손보사들은 깜짝 실적을 내놓고 있다. KB손보는 LG화학 여수공장 화재 등 일반보험 손해율이 크게 늘어난데다 장기보험 손해율도 오르는 등 보험손익 부진이 누적되며 코로나19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 KB금융그룹이 푸르덴셜생명보험을 인수했다는 점이 변수다. KB금융은 KB손해보험과 KB생명, 푸르덴셜생명보험을 보험 부문으로 묶어 시너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양 사장은 지주 보험부문장을 맡고 있다. 지주 출신의 가장 오래된 보험 부문 CEO인만큼 마땅한 대체재가 없다는 평가다.
KB생명 허정수 사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 재무본부장, 지주 CFO 출신으로 2018년부터 KB생명을 맡아왔다.
KB생명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2억원에 불과했다. 전년대비 49%, 허 사장 취임 전 대비 60%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 주력상품도 저축성보험에 치우쳐 신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고 있는 다른 생보사와 달리 '역주행'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역시 푸르덴셜생명이 변수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에 2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했다. 이 기간 동안 통합을 준비하며 지주 보험 부문 내 시너지를 내야 한다. 이런 업무에 있어선 3년간 KB생명을 경영해왔고 KB손보에서 양 사장과 손발을 맞춰봤던 허 사장이 적임이라는 평이 없지 않다.
KB증권의 경우 9일 열릴 예정인 증권선물위원회가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만약 증선위에서 박정림 사장의 징계 수위가 문책경고(중징계)에서 주의적경고(경징계)로 낮아진다면, 대추위의 선택지가 좀 더 넓어지게 된다. 이미 사전통보된 징계 수위에서 한 차례 경감된데다, 증선위의 결정은 대부분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수용되는 까닭이다.
각자대표 체제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KB증권에 통합대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대추위의 고민이 깊어질만한 대목이다.
KB카드의 이동철 사장도 2+1 총 3년의 임기를 소화했다. 이 사장 취임 이후 KB카드는 자동차금융에 집중하며 양적으로 팽창하는 전략을 취했다. 16조원이었던 영업자산이 21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19년 사이 순이익이 크게 늘어나며 전체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3분기 말 기준 순이익 성장률은 전년대비 1%에 머물렀다. 신한카드 등 경쟁사들이 코로나19 혜택을 보면 두 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한 결과다. 레버리지비율이 상한선(지난 9월까지 6배, 현재 8배까지 허용)에 도달하면 이전처럼 공격적으로 영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종희 사장과 이동철 사장은 그룹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 중 하나로 육성하고 있는 인물이다. 현직 계열사 CEO 중 최종 회장 후보로 선정된 인물은 양종희 사장(2017년)과 허인 행장ㆍ이동철 사장(2020년) 세 명뿐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앞으로 3년간 남은 상황에서,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마친 후보군이 맡을 마땅한 직책이 없다는 점을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윤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던 시절에는 지주 사장직이 있었지만, 행장을 분리한 2017년말 이를 폐지했다.
교체된 뒤 현업에서 물러나 3년이 흐르면 차기 회장 후보군에선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동철 사장은 물론, 양종희 사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연임 여부는 차기 회장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에서 육성 중인 차기 경영자 후보군이 대부분 1963~1965년생임을 고려하면 1960~1961년생 CEO들의 세대교체 시기가 온 것은 맞다"면서도 "2+1임기를 채운 허인 행장이 재연임되며 올해엔 조직 안정을 고려한 인사가 이뤄질거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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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02일 16: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