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첫해에다 코로나 사태로 평가 어려워
삼성생명은 암보험 사태로 금감원과 대치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어깨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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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말 인사에선 삼성 금융사 사장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안정된 인사 속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역할은 더욱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 등 주력 비금융 계열사에서 금융사 경영자로 오는 일도 사라지고, 다소 잡음이 있더라도 생명 등 금융계열사에서 육성한 인재가 금융사 CEO로 취임하는 인사가 자리 잡은 까닭이다.
금융당국에선 이미 삼성생명을 준 금융지주로, 삼성생명 CEO를 사실상 지주 회장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감지된다. 전영묵 현 사장을 비롯, 향후 삼성생명 CEO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올해 연말 삼성그룹 인사에서 금융사 사장단은 전원 유임됐다.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바였다. 지난 1월에 진행된 인사에서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에 새로운 CEO가 선임됐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을 비롯해,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 심종극 삼성자산운용 대표 모두 임기 첫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금융권 전체가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 사태로 실적을 평가하기에도 어려운 시점이란 분석이다.
삼성 금융사 사장단 인사에서 그나마 관심을 끄는 것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정도였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최 사장은 삼성화재 전신인 안국화재로 입사해 34년 간 손해보험업에서만 일했다. 이전에는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에서 '낙하산' CEO가 오는 경우가 잦았지만, 그룹 미래전략실이 사라진 뒤 삼성 금융사 내부 인사가 약진하는 분위기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이 신임을 받은 것도 특기 할만한 부분이다. 전 사장은 2023년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금융감독원이 암 보험 사태로 ‘기관경고’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CEO 교체 가능성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금융계열사 출신으로 CEO자리까지 오른 전 사장에게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삼성 금융사 전체를 이끄는 전 사장에게 권한과 동시에 책임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내부적으로 전 사장을 '금융지주 회장'에 준하는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에 대해 금감원 제재가 진행되면서 삼성생명을 비롯한 다름 금융계열사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카드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허가심사가 나오지 않고 있고, 다른 금융 계열사들이 추진하는 인수합병(M&A)건들도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규제 위반 이슈로 금감원 승인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생명 CEO의 역할이 지주사 회장 격으로 높아졌지만, 전 사장이 이를 감당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전 사장은 삼성생명으로 입사해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 주로 운용 쪽으로 경력을 쌓았다. 지난 1월 56세란 이른 나이에 삼성자산운용 대표에서 삼성금융사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생명 사장에 올랐다. 점점 중요해지는 자산운용 부문에서 탁월한 인재로, 그룹 차원에서 금융계열사 CEO로 육성했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정치적 균형 감각이 중요한 '지주 회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커리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전 사장의 발탁 배경으로 병역 이슈를 꼽기도 한다. 입사연도가 또래에 비해 2년 빨랐던 게 발탁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 CEO 때부터 '수성'(守城)에는 능하지만,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해 이뤄낸 업적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이 관계자는 “전 사장이 60세룰 최대 수혜자란 말이 나온다”라며 “이런 평가를 바꾸기 위해선 내년에는 반드시 성과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법적으로 금융지주 역할을 할 수 없어 각 금융 계열사가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며 “전영묵 사장은 금융 관계사 CEO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를 두 회사에서 하고 있고, 생명 사장 선임 시에도 자산운용에서 경영 능력이 검증된 점이 적극 반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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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08일 14:1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