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 대한항공 기내식 매각 등 실사와 자문에서 두각
4대 회계법인, 실사업무에서 자문으로 확장 위한 채비
삼일, 대대적인 조직개편...다른 회계법인도 조직 정비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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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회계법인들은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는 시기였다. 삼일을 필두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자문 업무 확장을 위한 채비를 갖췄다. 뒤이어 다른 회계법인들도 조직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실사 업무 중심에서 자문 및 컨설팅으로 확장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리그테이블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회계법인들은 꾸준히 실사 업무를 수임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IB들의 영역인 재무자문, 컨설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 회계실사 순위에서 삼정 회계법인이 1위에 올랐다. 대한항공 기내식 매각, SK 건설의 EMC 인수 실사를 비롯해 4분기에는 카카오뱅크 증자에 앵커PE의 인수 자문 업무까지 꿰찼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재무 자문 업무로 영역 확대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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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PwC는 두산솔루스 매각을 비롯해 4분기에는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증자 실사 업무를 맡았다. 실사 업무에서 PE들과 손발을 맞추며 성과를 보였다.
딜로이트안진은 PE실사 분야의 강점을 기반으로 대기업까지도 그 영역을 넓히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뚜레쥬르 매각 등 대기업 매각주관사까지 맡으며 전통의 IB 하우스들과 경쟁하고 있다. EY한영은 국내 최대 규모인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실사를 하면서 막판 체면유지를 했다.
그간 회계법인들이 실시한 실사 업무는 재무제표 분석 등 기존의 회계사들이 하던 업무와 큰 차이가 없었다. 감사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실사 및 벨류에이션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사 업무도 점점 고도화되는게 최근의 추세다.
고객들의 요구가 이전처럼 회계 실사를 통해서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것에서 나아가 회사의 성장 동력과 사업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 가능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를 원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한 대형 회계법인 실사 담당자는 “사업부 별로 재무제표 분석에 더해서 해당 사업의 성장성 등을 감안하는 컨설팅을 통한 벨류에이션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이미 작성한 재무제표가 아니라 앞으로 산출 가능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사 업무가 고도화 되는 것에 더불어 기존 IB들이 하는 자문 업무로의 확장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회계사들의 전문 영역뿐만 아니라 IB들이 도맡아 하는 ‘거간꾼’의 역할도 요구되고 있다. 셀러와 바이어 중간에서 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격 흥정도 해야하고, 원천적으로는 매도자 측에 접근해서 잠재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중계인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실사 업무가 고객이 찾아오는 서비스라면 자문 업무는 고객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업무 방식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선 조직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성과 평가 방식 등 대형 회계법인들이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업계 1위 삼일 회계법인은 대대적인 ‘칼’을 들었다. 자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메트릭스 조직을 구성했다. 파트너 한명이 잘해서는 성과가 제약적이라는 판단에 팀을 중심으로 하는 다중적인 평가 방식을 도입하고, 연공서열을 타파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는 다른 회계법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실사 업무와 자문 업무에서 비중의 차이만 있지 ‘성공보수’ 개념이 회계법인 전반에 도입되는 분위기다. 삼정, 안진, 한영 등 4대 회계법인 모두 내년에는 작든 크든 조직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맞춰갈 것으로 보인다. 실사 업무에 딜 소싱과 컨설팅을 더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4대 회계법인 파트너는 “미국의 경우 회계법인이 종합 컨설팅 회사로 변모했다”라며 “회계법인을 상징하는 감사업무는 이제 회계법인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 하나가 될 것이고, 종합 자문사로서 회계법인들이 변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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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2월 14일 17:24 게재]